[횡설수설]남찬순/5년후를 내다보며…

  • 입력 1998년 2월 13일 20시 09분


행사비 3천만달러(약 4백50억원), 초청인원 25만명, 행사기간 4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93년1월20일 취임식 행사 내역이다. 외국 정부의 공식 축하사절은 일절 받지 않았다. 의회가 승인한 예산은 실질경비의 30분의 1도 안되는 90만달러(약 13억5천만원). 나머지 경비는 행사입장권, TV중계료, 퍼레이드참가 티켓, 기부금 등으로 충당했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25일 취임식 예산은 14억3천6백만원. 5년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취임식 경비보다 약 3억원이 늘었다. 행사 참석 인원은 4만여명으로 잡고 있으며 이중에는 세계 각국 유명인사 2백여명이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당선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거나 국내 각 이벤트사가 초청한 사람들로 정부가 공식 초청은 하지 않았다는 것. ▼우리의 대통령 취임식을 미국에 비교할 수는 없다. 정부의 예산 배정액은 비슷해도 행사 규모는 천지차이다. 우리가 미국 같은 방법으로 취임식 경비를 조달하면 엄청난 비난을 살 일이지만 미국 국민들은 이를 별로 탓하지 않는다. ‘직접 뽑은 대통령인 만큼 취임식은 온 국민의 축제로 승화시켜 모두 새 출발을 하자’는 결의가 취임식 행사의 일관된 정신이기 때문이다. ▼암울한 IMF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로서는 대통령 취임식 경비 한푼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불행한 역사, 불행한 대통령이 다시는 이 땅에 등장하지 않도록 하는 결의와 기원이 취임식 행사에 결집되어야 한다. 5년 후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마음을 다지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 남찬순<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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