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의 열전’이 벌어지고 있는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네덜란드 선수들이 처음 선보인 ‘마법의 실리콘 밴드’라는 비밀병기가 화제다.
유니폼에 부착, 인체에 대한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줄여준다는 이 밴드는 개막 사흘 전에야 허가신청이 이루어졌고 전격적으로 사용허가가 났다. 이 밴드를 부착한 네덜란드 선수들은 남자 5천m 빙속에서 1, 2위를 휩쓰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일본과 독일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제빙상연맹이 이 밴드 사용을 공인한 것은 네덜란드가 외교력을 총동원해 치밀하게 뛰었기 때문이었다. 외교력은 이처럼 스포츠 무대에서까지 빛을 발한다.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진용짜기가 한창인 요즘 일본은 특히 주일 한국대사에 누가 임명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대에 이른 그동안의 주일대사는 대부분 정 관계의 ‘거물급’이었다.
정부 요직을 거친 뒤 ‘전관 예우’ 차원에서 부임한 대사가 적지 않았고 골치아픈 국내정세를 피해 일본을 ‘피난처’로 삼아 온 경우도 있었다.
‘출세가도의 통과점’쯤으로 거쳐간 대사나 이도 저도 아닌 고위 군출신도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들중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빼어난 대사’였다는 평을 듣는 이는 드물다.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은 뒤 일본에는 한국과 북한을 모두 골칫거리로 보는 ‘반한 기류’가 강하다. 어업협정 파기 파문으로 양국 관계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새 정권의 주일대사는 기존의 상상력으로 예측할 수 없는 파격적인 인물이 발탁되리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얽히고 설킨 양국관계의 실타래를 풀어 훈훈한 봄바람을 넣어줄 ‘전령사’가 나와야 한다.
윤상삼<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