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진정일/과학기술투자 미룰때 아니다

  • 입력 1998년 2월 13일 20시 09분


국제통화기금(IMF) 시대를 맞아 정부의 예산삭감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도 허리띠를 죄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이런 논의에 있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오늘날의 세계 경제 전쟁은 과학기술력의 전쟁이라는 점이다. 물론 올바른 금융정책이 중요함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과학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산업 기술구조는 아무리 금융 경제정책이 뒷받침하여도 곧 한계에 부닥치게 마련이다. 세계 경제대국인 일본조차 이미 여러해 전부터 경제성장이 거의 멈춰있고 금융위기설 또한 들려오고 있다. 이는 기존 기술의 모방과 변형에 한계가 온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경제력이 과학의 힘에서 비롯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본 정부와 과학기술계는 최근 이에 대한 자성과 함께 창조적인 과학기술의 힘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재원을 기초 연구에 쏟아붓고 있다.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내년도 정부예산 감축은 이미 기정 사실화되었다. 하지만 과학기술 부문의 정부 투자도 같은 운명에 놓여야 될까. 우리의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이지만 과학기술력은 세계 23위에 머물고있는 상태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과학 기술투자에 역점을 두어 나라의 백년 살림살이에 초석을 다져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되는 환율 상승으로 현재 지원되고 있는 연구비조차 그 가치가 반감된 운명에 처해있다. 지난날 우리의 앞세대들은 배고프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교육에 대한 투자만큼은 아끼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가 그나마 세계 경제의 선두 대열에 서게된 것도 교육에 대한 투자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이제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증대로 원천요소기술을 확보하여 세계적인 기술전쟁에서 승리해 후손들에게 떳떳한 선조가 되는 일이다. 그러기에 내년도 예산조정에서 과학 기술에 대하여는 실질적인 투자 증액이 가능하도록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진정일(고려대교수·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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