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생들은 간이역에 내린 사람들입니다. 정상궤도를 달리던 인생열차가 잠깐 멈춘 사이 열차에서 내려 한눈을 팔 때 열차가 떠나버렸지요. 우리 학교는 이들이 다른 열차를 탈 수 있도록 사다리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영산성지고등학교 곽진영(郭眞英·38)교감. 그의 얼굴에서는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의 단아한 외모에서는 마치 성직자의 분위기마저 풍겨나온다.
“교육은 언제나 교육자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학생들은 늘 교사의 행동과 말투를 지켜보고 있지요. 가르치는 것은 모범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는 “항상 학생들에게 말보다는 행동을, 행동보다는 마음을 먼저 보여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아버지 역할을 하고 있는 곽교감은 ‘자식들’이 ‘문제아’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단지 개성이 강하고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을 우리 사회가 용납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 그의 애정어린 견해다.그래서 그는 성지고 학생들이 획일적인 교육제도의 희생자일 뿐이라고 믿는다.
“‘사람은 백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두번의 실패나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갖느냐 못갖느냐의 차이지요.”
농업담당인 곽교감은 한국유기농업협회 영광군협회장도 맡고 있는 유기농법 전문가. 톱밥과 음식찌꺼기를 발효시킨 사료로 키운 수천 마리의 닭이 생산하는 자연란은 광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 여기에서 얻은 수익금은 빈약한 학교재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농장이 학생들의 농업 과목 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곽교감의 학생들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우리 학생들은 험준한 산을 오르는 등산객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어렵게 정상에 오른 사람일수록 그 산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애정을 가질 수 있듯이 실패의 경험이 많은 사람의 삶의 내용이 평범한 사람보다 풍성해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홍성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