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권재현/위탁급식 「억지춘향」

  • 입력 1998년 2월 16일 19시 30분


“대통령의 공약이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있는 것이지 약속 그 자체를 위해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부천시 A초등학교 C교감(48)은 최근 속이 탄다. 새학기부터 식당에서 사다 먹이는 이른바 ‘위탁급식’이라도 해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초등학교 급식시행 약속을 지키라는 시교육청의 ‘우격다짐’때문이다. 게다가 학부모들은 위탁급식에 대해 경제적 부담과 위생상태를 들어 한사코 뿌리치고 있다.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만 태운다. A초등학교는 원래 부천시 46개 초등학교중 김대통령의 공약사항인 급식소 시범 10개교의 하나. 그러나 시교육청에서 맡은 공사는 당초 지난해말까지였던 완공예정일이 자꾸 늦춰져 5월까지 미뤄졌다. 오히려 자체 공사발주로 뒤늦게 급식소 건설에 들어간 다른 36개 학교들은 대부분 공사를 마친 상태. 시교육청은 3월까지 급식소에서 밥을 먹이기가 불가능해지자 급식업체로부터 사다 먹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C교감은 할 수 없이 학부모들에게 위탁급식 의사를 물었지만 대답은 ‘안되겠다’는 것이었다. 한끼 1천2백원가량이어야 할 급식비가 위탁방식으로는 1천7백원대. 금전적 부담에다 위생상태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이런 사정을 개의치 않았다. 지난해11월부터 위탁급식을 서두르라는 공문을 일곱차례나 띄웠다. 학부모들이 2월초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안된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정 안되면 한 학년, 한 학급이라도 실시하라는 것인데 학부모들 부담은 생각지 않고 억지로 한다고 되는겁니까.” C교감은 “이제는 제발 이런 식의 마구잡이 행정은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권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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