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농구협회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을 인가해주는 조건으로 이면계약을 요구했다고 한다.
내용은 아마농구 지원금과 심판양성비로 해마다 1억2천만원을 낼 것, 그리고 WKBL이 예정대로 출범하지 못할 경우 대한농구협회 산하로 들어올 것 등이다.
협회측은 “남자프로농구는 3억5천만원을 냈다”며 큰 인심을 쓰는 듯했다는 후문. 그러나 성황리에 출범했던 남자프로농구와 달리 여자농구의 프로화는 바닥까지 떨어진 인기를 되찾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
WKBL 관계자들이 “도와주지 않으려면 가만히 있기라도 하지”라고 입을 삐죽이는 것도 이때문이다.
출범을 앞두고 초읽기에 몰렸던 WKBL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면계약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SK증권의 해체, 여자프로농구 출범연기가 뒤이었다.
그러자 협회는 이면계약의 내용대로 다시 산하로 들어오라고 아우성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WKBL의 한 관계자는 “우리를 억지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협회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만 염두에 둔 처사”라며 “자폭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협회산하로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3월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SK증권에 이르기까지 여자실업팀 13개 가운데 5군데가 문을 닫았다. 그동안 협회측이 나서서 팀해체를 막아보려고 노력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고려증권팀을 살리기 위해 앞장서서 땀흘린 배구협회와는 대조적이다.
농구협회는 최근 97∼98농구대잔치 여자부 우승팀 김동욱감독이 경기중 여러차례 거친 항의를 했다고 해서 관례를 무시하고 최우수감독상을 김감독 대신 준우승팀인 삼성생명의 정태균감독에게 줬다.
그런 판이니 농구협회에 ‘큰 집’다운 넉넉함을 기대하기는 아예 그른 일인지도 모른다.
〈최화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