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정부개혁은 기형아를 낳았다.임시국회 마지막날인 17일 본회의가 의결한 정부조직개편안은 당초의 행정개혁 취지에서 크게 후퇴했다. 정부개혁의 목표도, 조직개편의 기본원칙도 상당부분 무색해졌다.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와 거리가 멀고 행정의 종합성 전략성 기동성의 제고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21세기 국가비전과 전략이 제시되지 않은 채 조직개편에 착수한데다 각 정파의 당리당략과 주고받기식 협상을 거치면서 정부개혁이 일그러졌다.
무엇보다 ‘작은 정부’는 어디로 갔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2원 16부 5처 14청으로 돼 있는 중앙부처 조직이 17부 2처 16청으로 바뀌고 국무위원이 21명에서 17명으로 줄었다고 해서 작은 정부라고 할 수는 없다.
일본이 기존 22개 부처를 13개로 줄였는데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기구축소마저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 대부분의 부(部)는 그대로 존속됐으며 통폐합한 일부 부처조직도 평면적인 조직이식 차원의 개편에 머물렀다.
정부개혁이 기능중심의 구조개편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더욱 미흡하다. 특히 경제부처 개편에 문제가 많다. 경제정책을 거시적인 차원에서 기획 조정해야 할 부처가 없는 것도 문제려니와 기획예산처마저 이원화되었다. 통상행정 일원화를 위해 새로 만든 통상본부와 외교통상부, 금융감독위원회와 재경부 금융실의 권한 역할 기능도 불분명하다.
그중에서도 기획예산처의 기능을 둘로 나눈 것은 그야말로 웃음거리다. 개혁입법의 처리까지 뒤로 미뤄놓고 멱살잡이식 협상끝에 내놓은 것이 이원화다. 그 과정에서 여권은 대통령 직속기구를 고집했고 야권은 대통령의 권한집중을 막아야 한다고 끝까지 반대했다.
둘다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정치적 논리의 줄다리기였다. 그 결과 머리와 손발을 따로 떼어놓았다. 이것이 과연 합리적인 조직개편인가. 총괄적인 예산기획과 편성 기능을 분리함으로써 일관된 예산정책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또 집행조직을 갖지 않은 외청 신설이란 행정의 조직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정부조직개편의 난맥은 정부개혁 효과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금융 산업 노동 교육개혁과 지방자치 활성화도 행정개혁과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
정부개혁을 이렇게 해놓고 어떻게 노사정(勞使政) 고통분담을 설득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 직제조정과정과 지방정부 산하기관 정비에서조차 이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한다면 정부개혁노력은 참담한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정부개혁은 단 한번의 조치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개혁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물론 지금은 기왕에 확정된 조직개편이 더이상의 혼란을 빚지 않도록 하면서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조직의 비효율성과 부작용이 두드러지면 이를 보완하거나 재개편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