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저는 도무지 뭐하나 맞는 부분이 없어요. 작은 예로 제가 외식하고 싶을 때는 집에서 먹자 하고 제가 집에 있었으면 할 때는 외식하재요. 그러면서 오히려 저더러 박자를 못맞춘다고 화를 낸답니다. 성생활도 그래요. 제가 원할 때는 피곤하다고 돌아눕고 제가 기분이 안좋을 때는 하자고 그래요. 어떤 때는 이 남자가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30대 초반 여성의 하소연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마치 영원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기분이라고. 당연히 사는 게 재미없다는 불평이 뒤따른다. 아마 남편에게 물어보아도 거의 똑같은 답이 나올 것이다.
자기의 욕구와 상대방의 욕구가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 느끼는 비참함은 자칫 결혼 생활을 엉망으로 휘저어 놓을 수 있다. 서로 상대방에게 지지 않기 위해 때로는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자 다툼이 시작된다. 너의 욕구는 나쁘고 내 욕구는 옳으며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 욕구에 따라야 한다는 길고도 지루한 싸움이 결혼을 사랑의 무덤으로 만드는 것이다.
결혼의 공식을 말할 때 흔히 1+1〓2가 아니라 1+1〓3이라 한다. 즉 나, 너 그리고 우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은 일 하나를 결정할 때도 부부가 ‘나의 욕구’나 ‘너의 욕구’가 아닌 ‘우리의 욕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호협상과 절충이 필요한 것은 비즈니스의 세계만이 아니다. 결혼생활에서도 너와 나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타협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