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한명이 나종일(羅鍾一)행정실장이다. 인수위활동을 결산하는 백서편찬이나 새 정부의 국정지표 마련작업 등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그는 저잣거리처럼 복잡한 인수위에서 가장 조용한 사람이기도 하다. 조각 하마평에도 별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권교체가 된 것만으로 정치에 입문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인수위 활동에 점수를 매긴다면….
“A+는 못돼도 A는 된다고 본다. 실질적으로 정권인수인계를 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만하면 잘한 것으로 봐줘야 한다. 연립여당인데도 별다른 갈등이나 마찰이 없었던 점도 평가받을 만하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50년간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아서인지 정권 인수인계를 위한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았다. 인수위가 한시적인 조직이라 정부파견 공무원들의 일에 대한 열정도 떨어졌다. 인수위 활동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왜 정치에 뛰어들었나.
“정치에서는 사람 하나가 정말 중요한 때가 있다. 대선 전에는 그런 사실을 몰랐던 사람들도 지금은 대부분 그 사실을 깨닫게 됐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소외계층에 희망을 안겨주었다.”
―앞으로의 역할은….
“대선에 승리했을 때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 주변사람들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그들은 우쭐하거나 기쁨에 들뜨지 않았다. 감격에 겨워 울먹거렸을 뿐이었다. 나는 그때의 감동이 변질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정치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정치학박사학위를 받고 경희대교수를 지낸 나실장은 대선과정에서 DJP연합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하는 등 김차기대통령의 브레인역할을 해왔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