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8월 김대중(金大中) 납치사건 당시 중앙정보부 차장보였던 이철희(李哲熙)씨는 18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동아일보 취재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납치사건은 중앙정보부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김대중씨 납치사건은 당시 이후락(李厚洛)중앙정보부장이 73년 봄 나를 궁정동 안가로 불러 ‘김대중을 무조건 한국으로 데려오라’고 지시한데 따라 중정 해외공작팀이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이같은 증언은 당시 사건의 핵심 고위 관계자가 사건발생 이후 25년만에 처음으로 ‘김대중납치사건’이 중앙정보부의 공작이었음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이 씨 는 “당시 나와 하태준(河泰俊)해외공작국장(8국장)은 이부장의 지시를 두차례에 걸쳐 반대했으나 이부장이 ‘나는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라고 말해 밑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취소되는 명령이 아닌 것으로 감을 잡았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그러나 이부장으로부터 김대중 납치 지시가 박정희 대통령의 명령이라는 말을 직접 듣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고위 납치 지시자’가 누구냐에 대해 이전부장은 비공식적으로 ‘박정희대통령’이라고 흘려왔었다. 그러나 당시 정권의 핵심인사들은 “박대통령은 사건발생 후에야 알았고 ‘은폐 수습책임’이 있을 뿐”이라고 반박해 왔다.
〈이병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