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김대중납치사건’에 관여했던 중앙정보부간부들은 대부분 고희를 넘기고 요즘 ‘평범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철희(李哲熙)씨를 제외한 핵심 관계자들은 당시 사건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이후락(李厚洛·74)씨는 최근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경기 하남시 동서울골프장 입구에 지은 감이동저택과 경기 광주군 초월면 도평리 도평요(島坪窯)를 오가며 소일하고 있다.
18일 기자가 도평요를 찾았을 때 한 직원은 “이부장은 서울 잠원동에 있는 집에 가고 없다”면서 “지난해 대선 이후 기자들이 많이 찾아왔지만 이부장은 단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평요는 이씨가 75년 도자기에 취미를 붙여보라는 부인의 권유로 1천8백여평의 부지에 장작가마 2개 등을 설치하고 도자기를 구워온 곳이다.
○…당시 해외공작국장이었던 하태준(河泰俊·71)씨는 18일 서울 종로구 홍지동 자택을 찾아간 기자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고 부인을 통해 “아무 할 말도 없다”고 전했다.
부인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남편은 이미 20여년이 지난 일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고싶어 하지 않는다. 다시는 전화를 하지 말아 달라”며 전화를 끊었다.하씨는 78년 중앙정보부 차장보를 끝으로 중정을 나와 80년 롯데상사 사장, 95년 호남석유화학사장을 지냈고 최근 회사고문으로 일선에서 은퇴했다.
또 사건당시 주일대사관 공사였던 김기완(金基完)씨는 사건 후 미국으로 이민해 5년여 전 사망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