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무릉도원’이 있다면 사람들이 믿을까.
전설속의 마을. 난 그곳에 가본 적이 있다. 비록 한나절밖에 안되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94년 여름.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던 나는 취업준비로 책속에 파묻혀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필리핀 어학연수때 만났던 신윤재 선배가 사업차 서울에서 내려왔다.
문득 나는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선배에게 무작정 여행을 떠나자고 제의했다. 지도를 펼쳐놓고 우리는 ‘삼선궁’이란 곳을 무조건 찍었다.
지리산 기슭에 자리한 하동 청학동 인근의 삼선궁.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삼선궁으로 향하는 길 내내 우리는 삼선궁이란 이름에서 느껴지는 야릇한 신비감에 들떠 있었다. 오후에 청학동에 도착한 우리는 삼선궁을 향해 완만한 비탈길을 올라갔다.
20분쯤 올라가다 보니 웬 동굴이 나타났다. 한명씩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틈을 비집고 나가자 갑자기 별천지가 펼쳐졌다.
주위에는 마야문명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이색적인 모양을 한 돌탑이 널려있었고 조그마한 연못도 있었다. 주위 조경이 다 돌로 돼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옛날 어떤 도인이 일일이 손으로 다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들도 살고 있었다.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이 들어와 단군을 모시면서 도를 닦고 전통 검도를 수련하기도 했다. 움집같은데서 원시생활을 했지만 얼굴은 모두 평화스러웠다.
지금도 고단한 세상살이에 지칠때면 문득 그곳이 생각난다. 가끔 직장생활에 힘들어 하는 사람을 보면 꼭 한번 데리고 가고 싶기도 하다.
강근대(아남산업 고객지원팀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