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은 19일 동아일보 보도를 통해 중앙정보부의 조직적 범행으로 밝혀진 ‘김대중납치사건’에 대해 강력한 진상규명 의지를 표명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일산자택에서 아침 일찍 동아일보를 보고 “아, 이제부터 이 사건이 문제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서울 63빌딩에서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밝혔다.
이에 앞서 김차기대통령은 측근들과 조찬을 하는 자리에서도 “지금까지 납치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을 포기한 적이 없다. 어느 때인가 반드시 진상이 밝혀지리라고 믿어왔다. 그때가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관련기사가 앞으로 얼마나 더 보도되느냐” “납치됐다가 풀려난 직후 동교동집으로 돌아와 한 인터뷰내용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
사건의 진상과 관련, 김차기대통령은 중앙정보부에서 자신을 납치한 것은 ‘살해’가 목적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용금호에서 벌어진 일들은 자신을 수장(水葬)하려 했다는 명백한 증거라는 것.
박지원(朴智元)차기대통령대변인도 “당시 이후락(李厚洛)정보부장이 최영근(崔泳謹)전의원에게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말한 사실도 있다”며 살해목적이었음을 강조했다.
신정부출범후 진상규명조치여부에 대해 “두고 보자”고 언급한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차원의 대책을 강구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특히 김차기대통령은 일본정부도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관련, 박대변인이 “일본정부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일본정부에 대한 촉구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는 곧 신정부출범이후 일본정부의 태도여하에 따라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차기대통령은 범행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에는 반대한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이번 일이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향후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듯하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