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11시반경 서울 중곡동의 김군자음악치료연구소(02―3436―1904).
대한음악치료학회 김군자회장이 네살배기 자폐아 지민이(가명)를 치료하고 있었다. 보조치료사 한 명이 지민이 옆에서 전자오르간 실로폰 윈드벨 등의 악기를 치도록 도와줬고 김회장은 2, 3m 떨어진 피아노 앞에 앉아 지민이가 치는 음에 따라 즉흥 연주를 하고 있었다. 치료사와 환자의 ‘음악적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
두 달 전쯤 이곳에 왔을 때 방음벽에 뚫린 구멍 수만 세던 지민이. 치료사와 악기는 본 체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달 동안 1주일에 한 번 30분∼1시간씩 치료를 받으면서 마음의 벽을 조금씩 허물고 있었다. 엄마 김모씨(30)는 “최근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부모의 말에 관심을 보이는 등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자폐아 뇌성마비환자 등 8명이 음악치료를 받고 있다.
음악으로 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서울의 백병원(02―2700―063), 경기 남양주시의 축령복음병원(0346―592―6661)과 안양시의 임은희음악치료연구소(0343―21―2909) 등에서 정신과 환자들을 주로 치료하고 있다.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에서 음악치료 강의가 이뤄지고 있고 학계에서도 정보교류가 활발하다. 27, 28일엔 서울의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주최로 국제음악치료워크숍이 열린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와 이화여대병원 정신과 등에서도 조만간 음악치료사를 채용할 듯. 따라서 2,3년 내에 ‘음악치료 시대’가 활짝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음악치료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에서는 이미 널리 인정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70여개 대학에 전공과정이 있고 5천여명의 치료사가 활동 중.
이화여대의 워크숍에선 ‘음악과 통증 완화’ 주제발표가 눈길을 끈다. 수술 출산 화상치료 때 환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면 덜 아파한다는 것. 치과의 드릴치료나 이를 뽑을 때도 마찬가지. 이화여대 강사 김영신씨는 “통증은 주관적인 것이므로 음악을 통해 통각을 억누르거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면 고통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소아정신과 홍강의교수는 “가벼운 정서상의 문제는 음악치료만으로 풀 수 있지만 심각한 자폐나 언어장애 등은 여러 학문간의 팀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정신과전문의의 진단과 치료, 놀이치료 음악치료 등을 아우르는 치료시스템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