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미국 오하이오대에서 벌어진 이라크사태에 대한 토론은 미국 민주주의의 정수를 보여준 행사였다. 참석자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고 6천여 청중은 박수와 환호, 또는 야유를 하는 등 마음껏 의사를 표시했다.
CNN이 주관한 토론회는 국민을 상대로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매들린 올브라이트국무장관, 윌리엄 코언국방장관, 샌디 버거 백악관안보보좌관이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정부측 참석자들의 어조는 단호했다. 이라크와의 갈등을 ‘미국이 직면한 최대의 안보위협’이라고 규정한 올브라이트는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무력으로 응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코언 또한 후세인이 번번이 국제사회를 기만해 왔다며 대량파괴무기 개발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군사공격만이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청중의 반론이 쏟아졌다. 이들은 주로 정당성문제를 거론했다. “당신들은 무력사용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말하는데 왜 세계는 미국을 지지하지 않느냐” “이라크 공격은 결국 인종차별 전쟁이 아니냐” 등등.
장관과 평범한 국민이 벌이는 격렬한 논쟁은 청중의 환호와 야유 속에 자주 묻혔다. 젊은 청중이 계속 ‘인종차별 전쟁 반대’ ‘전쟁 반대’라고 고함치는 바람에 올브라이트, 코언, 버거의 모두발언이 여러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토론회는 CNN을 통해 각국에 중계됐다. 이라크는 미국의 반전(反戰)분위기를 느끼고 고무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에 대한 평가와 관계없이 하나의 정책을 놓고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민주주의의 한 전형을 보여준 감동적 행사임에는 틀림없다.
이재호<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