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은 ‘김대중(金大中)납치사건’의 전모와 중앙정보부의 사건 가담자에 대한 관리실태를 정기적으로 보고 받은 것으로 밝혀져 중앙정보부의 사건은폐를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정은 또 박대통령의 묵인아래 ‘김대중납치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납치사건에 가담한 중정 직원과 용금호 선원들에게 인사우대 및 취업알선, 보상금지급 등 각종 특혜를 주며 지속적으로 관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동아일보가 단독입수한 비밀문서 ‘KT공작요원 실태조사보고’에 따르면 중정은 납치 사건에 가담한 중정요원과 용금호선원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와 그들의 애로사항 및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 등을 조사, 정기적으로 박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79년에 작성한 이 문서의 겉장에는 ‘대통령각하께 보고필’이라고 적혀 있다.
이 문건의 ‘KT사건관여인사 일람표’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해외공작관으로 근무하던 김기완(金基完)공사의 경우 ‘현직에 대한 의견’란에 ‘귀국 희망’이라고 적혀 있고 그 ‘해소방안’으로 ‘상응한 보직 부여’라고 제시했다.
또 일본으로 건너가 납치사건을 총지휘한 뒤 75년 개인사정으로 퇴직한 윤진원(尹鎭遠)공작단장의 일람표에는 ‘현직에 대한 의견’으로 ‘명예회복과 금전관계청산’,‘해소 방안’으로는 ‘복직 또는 취직알선’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로 윤씨는 77년8월 공식직원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는 ‘흑색요원’(1급관리관)으로 복직됐으며 박대통령은 중정이 기안한 윤씨의 재임용요청서에 직접 서명하기도 했다.
중정은 또 ‘특별예산지원’ ‘이직시 생활기금 조치필요’ ‘생활기금 조치필요’ 등의 방법으로 그밖의 사건가담 중정요원들도 특별관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특별배려는 용금호 선원들에게도 해당됐다.
중앙정보부가 안전기획부로 바뀌고 일주일이 지난 80년12월29일 안기부는 용금호 선원들에게 ‘특정선박 승선기간중 지득(知得)한 일체의 사항이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사항임을 명심하고 보안을 더욱 철저히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쓰게한 뒤 수십만원에서 3백여만원까지의 특별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돈은 윤공작단장이 이틀전인 12월27일 안기부로부터 2천만원을 받아 선원들에게 나눠준 것이며 그 사실은 동아일보가 입수한 ‘서약서’ 및 ‘영수증’사본을 통해 확인됐다.
특히 밀수사건으로 구속수감중이던 용금호 선원 임모씨의 일람표에는 ‘출감조치후 취업’이라고 적혀 있어 중정이 임씨를 석방시키기 위해 관계기관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 비밀문서의 ‘취업조치일’에는 74년2월부터 79년10월까지 용금호선원 21명 중 12명에 대해서는 취업을 시켜준 것으로 나타나있다. 이와 함께 중정은 사망한 오모씨를 제외한 나머지 8명의 미취업자에 대해서도 ‘비고’란에 취업추진상황을 적어놓았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