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팬 드림’의 상징으로 여겨진 재일동포 2세 아라이 쇼케이(新井將敬)중의원의원의 자살은 충격적이다. 검찰에 체포될 불명예를 피하기 위한 결행인 듯하다. 그는 도쿄대 졸업―고시합격―대장성관리―4선 의원의 경력을 지닌 유력한 각료후보였다. 혐의는 부정 증권거래. 일본정계의 정치자금 조달실상을 들어 ‘이지메’로 보는 사람도 있고 사무라이 문화의 영향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96년 3월초 미국 하버드대 페어뱅크센터 건물내 한국학연구소에서 한국현안 세미나가 열렸다.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이 구속된 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데 따른 것이다. 한 미국인 학자가 한국기자에게 물었다. “군사정권 시절 한국 대학생들의 투신 분신은 일본 사무라이들의 할복(割腹)에 영향받은 것이 아닌가.” 답변은 이러했다. “사무라이들이 지키려 한 것은 생명보다 명예였지만 당시 한국청년들에겐 명예보다 더 절박한 것이 있었다.”
▼아메리칸 드림도 흔들린다. 미국내 유일한 한국계 3선 하원의원 김창준(金昌準)씨가 실형구형을 받아 정치생명이 위기다. 그는 불법 선거자금 모금 수사에 손들었다. 또 96년말엔 미해군정보부 분석관 로버트 김(김채곤·金采坤)씨가 모국의 무관(武官)에게 자료를 넘겨주다 간첩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중국에선 군 서열 5위인 조선족 자오난치(조남기·趙南起)상장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에 내정됐다. 충북 청원군 강내면에서 출생한 그는 장관급인 총후근부장과 당 군사위원을 지낸 중국군부의 실력자다. 중국 소수민족 출신중 최고위직에 오른 그를 조선족들은 거의 신적(神的) 존재라고 말한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해외 한국인들의 꿈이 이처럼 다시 여물어야겠다.
김재홍<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