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장관은 안된다

  • 입력 1998년 2월 20일 19시 42분


김대중(金大中)차기정부의 인사 흐름이 불안하다. 조각(組閣)의 뚜껑은 열리지 않았으나 하마평에 오르는 면면을 보면 ‘인물이 이렇게 없는가’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인력 탱크가 부족해 대체로 ‘그 얼굴이 그 얼굴’일 뿐 신선감도 안정감도 별로 없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자리배분 이외에 그 어떤 원칙도 방향성도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 심지어 과거 비민주적 정권에서 잘못된 행실로 물의를 빚은 사람, 각종 비리에 연루됐거나 사법처리까지 받은 사람, 개발시대의 사고(思考)구조를 벗지 못한 사람,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출세해온 해바라기들마저 버젓이 요직에 거론된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그대로 입각한다면 ‘잡탕 정부’가 될 것이 뻔하다. 그런 정부로 ‘50년만의 정권교체’의 의미를 살리면서 동시에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내각으로 김차기대통령이 말하는 민주주의와 경제의 병행발전이 가능할 것인가. 최소한 그런 인물들을 장관 등 중요직책에 기용해서는 안된다. 등용하지 말아야 할 부패인사 명단을 발표한 어떤 시민단체의 충정을 우리는 이해한다. 특히 경제부처 인선에서 전문성과 경험이 중시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만을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차기정부는 경제의 안정적 운영 못지않게 IMF체제에서 요구되는 금융개혁과 재계개혁 등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소신 개혁의지 도덕성 청렴성을 아울러 따져봐야 마땅하다. 또한 사회 복지 문화부처에는 정치적 편의에 따라 아무나 앉혀도 된다는 식의 발상이 이번에도 작용한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국민이 일상에서 접하는 국정의 수준은 바로 그런 부처들이 좌우하게 된다. 인사논의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은 차기 공동정권 수뇌부가 자리 나눠먹기에 집착하는데다 그나마 인물을 안이하게 찾기 때문이다. 자민련이 여론의 지탄을 받는 사람들이나 구여권 인사에 매달리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유감이다. 국민회의에서는 여러 갈래의 신구(新舊)인맥 사이에서 상호견제와 정보왜곡의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차기정권 수뇌부는 국민에게 어떤 정부를 선보일 것인가라는 기본방향부터 정리한 뒤에 조각논의를 진행해야 옳다. 차기정부는 변화와 위기극복이라는 두가지 요구를 충족하는 정부여야 할 것이다. 그런 방향이 설정된다면 그 다음의 인사원칙은 ‘적재적소’다. 지역과 성별의 안배도 ‘적재적소’보다 중시될 수는 없다. 50대50의 배분도 양당의 약속일 뿐 그 이상은 결코 아니다. 헌정사상 첫 정권교체는 국민에게 기대와 불안을 함께 준다. 어느 쪽을 더 많이 줄지는 우선 인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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