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勞使政) 고통분담이라는 국민적 합의를 공무원사회만 외면하고 있다. 국가공무원 10.9%를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계획 자체가 미흡하다는 지적인데도 감축작업에 나선 각 부처들은 숫자 꿰맞추기에나 급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눈감고 아웅식의 감축 시늉이다.
공무원 감축작업에는 갖가지 편법까지 동원되고 있다. 작년초에 세운 기능직 감축인력을 숫자에 포함시키는가 하면 감축대상도 주로 하위 기능직과 여성을 겨냥하고 있다. 상위직은 정원 감축의 칼날에서 멀찍이 비켜나 있고 자리없이 떠돌며 세금만 축내는 이른바 ‘인공위성 공무원’마저 정리대상에서 제외됐다. 그 결과 마땅히 도려내야 할 군살빼기도 외면하는 꼴이다.
위성 공무원은 실제로 하는 일이 없어 별도 정원으로 관리되는 공무원들이다. 그 숫자만도 직무파견 6백여명, 교육파견 9백여명 등 1천5백여명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 중 75%인 1천1백여명이 5급 이상 상위직들이다. 이들의 직무란 불요불급한 교육과정을 이수하거나 해외 또는 산하기관에 파견되어 있으면서 본부 보직이 주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고작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 공무원은 그럴 듯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학연 지연 등을 총동원해 줄대기와 파벌조성 등에 나서기도 한다. 그런데도 각 부처는 별도 관리하는 위성 공무원들이 직제상의 실제 정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번 인력조정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힘없는 하위직이나 여성들을 대상으로 칼질에 나섰다. 정작 잘라내야 할 머리와 몸통의 군살은 놔두고 꼬리만 자르는 이같은 공무원 감축을 누가 납득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잖아도 차기정부의 공무원 감축계획은 안팎의 비판을 받아 왔다. 2000년까지 3년에 걸쳐 10% 남짓 줄이겠다는 것이 무슨 개혁인가. 그같은 숫자는 자연감소 인력에다 정년연장 불허 등으로 줄어드는 인원을 크게 넘지 않는다. 기껏해야 김영삼(金泳三)정부 5년동안 불필요하게 늘어난 공무원 수를 정리하는 수준이다.
정부조직개편과 직제조정이 정치권의 나눠먹기식 권력배분과 정부부처간의 이해조정으로 적당히 얼버무려진 데 이어 공무원 감축도 결국 모양 갖추기로 그칠 전망이다. 앞으로 지방정부 및 산하기관의 구조조정마저 이런 식으로 끝난다면 행정개혁은 영원한 숙제로 남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공무원 감축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제 살을 도려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국가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속적인 정부개혁 노력은 필수 불가결의 과제다. 공무원 감축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결코 용두사미식이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