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배울 권리」

  • 입력 1998년 2월 22일 21시 51분


▼자동차 디자이너는 세계적으로 고소득이 보장되는 인기 직종이다. 언뜻 보기에 디자인만 잘하면 되는 직업 같아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동차 회사가 새 모델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4,5년 정도로 디자인은 제일 첫번째 작업이다. 디자인을 한 뒤 몇년이 지나야 실제 차가 나온다는 얘기다. 따라서 현재의 감각으로 차를 디자인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미래를 보는 ‘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미국 등지에서 이들을 양성하는 대학에 가보면 디자인분야 말고도 여러 학문을 학생에게 가르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그 중에는 자동차공학 인체공학 등 공과계통 과목이 있고 미래학 사회학 등 인문학까지 들어 있다. 유행이나 생활패턴의 흐름을 읽기 위해 필요한 학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를 꿰뚫고 있어야 유능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 디자이너의 이런 사례에는 향후 직장인의 ‘생존비결’이 담겨 있다. 디자인이라는 한가지 전문성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며 이를 뒷받침하는 복합기능이나 전공을 함께 갖춰야 하는 점이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에는 뿌리깊은 전공이기주의로 학과와 학과 사이에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어 이같은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우리 대학의 취약 부분이다. ▼교육부가 최근 도입한 ‘최소전공학점제’는 대학생이 스스로 필요한 과목을 골라 수강하도록 하는 제도다. 학과나 전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획기적 내용이지만 대신 전공학점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교수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교육에서는 소비자인 학생이 소외되는 경우가 흔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학생의 ‘배울 권리’가 중시되는 풍토가 반드시 자리잡아야 한다. 홍찬식<논설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