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고는 특별활동의 천국이다. 풍물반 방송반 학보사 산악부 사진반 문예반 등 무려 23개나 되는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의 대원칙은 자율. 학생들은 뜻이 맞는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어 학교에 신고하고 좋아하는 지도교사를 모시면 그만이다.
교사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모임을 만들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직접 만든 동아리가 더 활동이 왕성하다는 것이 교사들의 솔직한 고백.
거창고의 동아리 활동은 교사들의 끊임없는 토론과 연구를 통해 생겨났다. 80년대 초 교사들은 특별활동이 대부분 시간 때우기식으로 이뤄지는데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열린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소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교사들은 밤을 새워가며 토론한 끝에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이면 어떤 모임이라도 허용해주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론에 따라 동아리 활동을 모두 학생자율에 맡겼다.
거창고는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동아리 활동이 학생들의 유대관계를 맺어주는 고리역할을 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거친 졸업생 중에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못잊어 주말이나 방학 때 동아리 후배들을 찾아오는 열성파가 적지 않다.
매년 신학기 초가 되면 거창고에는 신입부원 확보전쟁이 벌어진다. 후배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동아리를 소개하는 벽보를 내다붙이고 휴식시간에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유세’를 벌이기도 한다.
동아리의 이름도 재기가 넘친다. ‘너울 너울 밀려드는 외세의 흐름을 막아내는 장막’이라는 뜻의 풍물패 ‘너울막’, 주말마다 고아원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펴는 동아리는 ‘뜻모임’, 산행을 하며 호연지기를 다지는 산악부는 ‘나이테’로 불린다.
일주일에 한번씩의 정기모임으로도 부족한지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합숙모임을 갖기도 한다.
학생의 날인 10월3일 열리는 ‘동아리 발표회’는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기회다.
‘너울막’회장 김민수군(18)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회원들이 친형제같은 정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