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는 현재뿐만 아니라 수백년을 뛰어넘어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해 줍니다.”
남녘 해남땅의 숨결을 지도에 담아 ‘해남의 김정호’란 별명을 얻은 천기철(千己喆·39·도서출판 땅끝문화 대표)씨는 해남의 풍물 역사지도제작에 남다른 노력을 쏟아왔다.
천씨는 94년 처음 펴낸 ‘땅끝 해남안내지도’를 고치고 또 고쳐 이달초 4년만에 ‘수정 4판’을 펴냈다.
불썬봉 도시랑골 싯두레골 지픈골 사구미….
지도 한장에 촘촘히 실려 있는 수백개의 투박한 남도지명들은 그가 ‘고산유고’ ‘대둔사지’ 등 고서를 뒤적이는 것으로도 부족해 곳곳의 촌로를 직접 찾아 다니며 확인해 제자리를 잡아 놓은 것.
해남을 찾은 사람들은 등산 드라이브 식도락 숙박 특산품구입 등 모든 것을 이 지도 한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도에 대한 자신의 평가는 아직도 인색하다.
천씨는 “사진색도도 어둡고 오자도 다 못찾고…”라며 “더 뛰다 보면 언젠가 동네 노인들로부터 ‘우리보다 훨씬 낫구먼’하는 말씀을 들을 때도 있겠지요”라고 각오를 다진다.
8년여 동안 고향땅을 헤맨 끝에 그가 내놓은 작품은 ‘땅끝’ ‘보길도관광지도’ ‘남도답사지도(해남 강진 영암)’ 등 3장이 전부.
대표작 ‘땅끝’의 경우 통틀어 10만여장이 나갔지만 늘 다음 작업에 들어갈 돈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최근 답사지도의 필요성을 절감한 해남군이 그의 지도를 사들여 홍보용으로 무료배포해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그는 요즘 △월출산 △무등산 △진도 △전남도관광 등 4장의 지도를 올해안에 내놓을 욕심으로 날마다 운동화끈을 졸라매고 있다. 지도배포 해남군 문화공보실 0634―32―8942
〈해남〓김 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