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7일 국내개봉하는 필름느와르 ‘LA 컨피덴셜’은 생동감 넘치는 경찰 두명의 캐릭터에 힘입어 찬사의 반석 위에 오른 작품이다. 서로 미묘한 긴장관계에 있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등의 5대 비평가단체로부터 지난해 일제히 작품상 감독상을 받았다. 아카데미상에는 작품상 감독상 등 9개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작품 짜임새도 모형도시를 방불케 할만큼 정교하고 치밀하다. 추리작가 제임스 얼로이의 동명 원작소설은 등장인물 1백여명, 분량 5백 페이지에 달하는 ‘대작 스릴러’였다. 감독을 맡은 커티스 핸슨(‘요람을 흔드는 손’의 감독) 등이 이를 시나리오로 능숙하게 재조립해 역시 4대 비평가단체로부터 각본상을 받았다. 지난달 ‘난장영화제’에서 국내 첫선을 보였을 때 입석이 팔린 유일한 영화가 됐다.
영화의 배경은 53년도 로스앤젤레스의 경찰조직 안팎. 연쇄적 사건들을 헤집고 가는 두 주인공은 대조적 캐릭터를 갖췄다.
형사 버드(러셀 크로 분)는 머리보다 완력에 의지하고, 비열함에는 폭력으로 맞서는 열혈남아. 취조실에서 피의자가 말을 돌리면 입안에 총구를 처넣거나 ‘구렁이 작태’를 보이면 검사마저도 고층 발코니에 거꾸로 매달아버린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의 폭력으로 어머니를 잃은 소년기 내상(內傷)을 안고 있어 학대받는 여자를 보면 못참는다.
그 반대편에 선 에드(가이 피어스)는 논리적인 출세주의자다. 경찰직을 대물림했으며 푼돈 촌지를 냉담하게 물리치지만 이해할 수도 있을 법한 동료경찰들의 감방폭력을 증언, 버드 등을 냉랭한 적으로 만든다. 버드와의 긴장관계는 서서히 상승궤도를 밟아 여성학대자의 주검을 보고 단번에 버드를 의심하더니 고급매춘부(킴 베이신저)에게 매료돼 둘은 연적(戀敵)으로 치닫는다.
‘컨피덴셜(비밀)’이란 50년대 미국에서 수백만부 발매되던 가십성 월간지다. 영화는 이 잡지의 성가를 높여주던 명사들의 마약파티 매춘 혼음 기사들을 영상으로 옮겨놓은듯 당시 로스앤젤레스 상층부의 부패상을 밑그림으로 삼고 있다. 작품 내에서는 ‘컨피덴셜’류의 잡지 ‘허쉬허쉬’를 발매하는 땅딸보편집장 시드(대니 드비토)가 카메라를 숨기고 몰래 돌아다니는 발걸음을 따라 이 풍경이 펼쳐진다.
이들 앞에 어느날 퇴직한 경찰동료 등이 한밤중 카페에서 몰살되는 사건이 터져나온다. 버드와 에드는 각기 다른 분노와 야망으로 사건에 뛰어들지만 일단 에드가 공을 세운다. 그러나 다음 장면 그가 애매한 흑인들을 범인으로 몰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에드를 비웃듯이 복잡하게 얽힌 수수께끼 회로를 깔아간다. 그 과정은 정밀하고도 고급스럽게 제조한 ‘스미스&웨슨 권총’의 내부를 보는 것 같다.
단 한가지. 관객들 가운데는 스토리의 추리구조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이는 영화가 ‘미로 같은 플롯’과 ‘속도감 넘치는 사건전개’를 한꺼번에 무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두 장점은 최상급 기량으로 발휘되는 바람에 서로‘모순’으로 작용하고 있다.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