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NYT]언론의 「표현자유」제약말라

  • 입력 1998년 2월 26일 08시 38분


영국 언론들이 권리장전의 사생활보호규정이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권리장전의 규정을 액면 그대로 해석한다면 언론은 자율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다. 또 약자를 희생시켜 강자를 보호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영국정부는 최근 의회에서 토론이 벌어진 뒤 언론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권리장전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약속이 관철되기 위해서는 아직 거쳐야 할 과정이 남아있지만 권리장전은 언론자유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해석돼야 할 것이다. 권리장전의 사생활보호 규정은 당초 국가의 자의적인 권력행사로부터 선량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공공기능’을 행사하는 별도의 제도를 만드는 것은 자칫 다른 자유를 제약하는 위험을 낳을 우려가 있다. 언론은 언론불평위원회의 자율규정에 자발적으로 따르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의원들이 제시한 규제안에 따르면 사법부로 하여금 개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판단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수사를 받고 있는 개개인에게 부여되는 ‘사전(事前)신원공개금지’ 원칙에 보다 중점을 둠으로써 언론의 보도자유에 제약을 가하게 됐을 것이다. ‘사전신원공개금지’ 원칙은 가진 자의 이익을 대변할 위험이 다분히 있다. 다행히 이같은 규제안이 관철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위험은 남아있다. 정부는 ‘사전신원공개금지’ 원칙을 거부하기는 했지만 언론이 재판의 대상이 됐을 경우에는 이를 예외로 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언론불평위원회는 언론의 자율기능을 보장하는 기구이기보다는 사법부의 통제에 놓이는 기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는 영국 언론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정리·런던〓이진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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