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컴퓨터윤리」 교육

  • 입력 1998년 2월 26일 19시 27분


▼컴퓨터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이 즐겨 읽는 책 가운데 ‘해킹 안내서’라는 것이 있다. 컴퓨터 범죄의 수법을 소개한 책들로 10대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해 주기 위한 것 쯤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런 책에는 다양한 해킹방법이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만큼 상세히 적혀 있다. 컴퓨터 범죄를 가르치는 교재인 셈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10대인 경우가 많다. 어떤 책은 중학교 2년생이 썼다는 얘기도 들린다. 얼마 전 컴퓨터 바이러스를 퍼뜨린 범인을 잡고 보니 철부지 학생이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청소년들이 컴퓨터에 깊이 빠지면서 생기는 사회적 부작용이라고 할까. 그래서 컴퓨터에서도 윤리 문제가 날로 강조되는 추세다. 도덕성없는 컴퓨터천재가 멋대로 ‘실력’을 발휘할 경우 결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일 수 있다.

▼컴퓨터 조기교육 문제는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전통적으로 교육의 목표는 학생에게 올바른 인성과 가치관을 심어주고 사회인으로서 자질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이런 바탕없이 컴퓨터를 접하면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정보의 바다’에 뛰어들기에 앞서 우선 정보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능력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초등학교부터 컴퓨터를 가르치고 대학입시에서도 선택과목으로 채택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21세기 정보사회에 적극 대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 좋은 취지가 살아나려면 기존 교과과정과 컴퓨터교육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교육의 기존 틀을 살리면서 정보화도 앞당기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다. 쉽지 않은 목표인 만큼 철저한 준비가 요청된다.

홍찬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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