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사령탑 필요하다

  • 입력 1998년 2월 26일 19시 27분


새 정부의 경제팀에는 경제정책의 종합조정기능을 맡을 사령탑이 없다. 지금까지는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정책을 종합 조정해 왔다. 그러나 정부조직 개편으로 재정경제부 기능과 권한이 대폭 축소되고 청와대 경제팀도 3인협의체로 다원화됐다. 자칫 경제정책이 표류하거나 부처간 불협화음이 심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재경부가 비록 수석부처이긴 하지만 경제정책의 조정역할을 해내기는 어렵다. 기획 예산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정책 기능은 국무조정실 기획예산위원회 청와대경제수석 경제장관회의 등으로 나뉘어 있다.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인 금융 재벌개혁을 수행할 금융감독위와 공정거래위는 총리실 직속기구로 되어 있다. 통화정책은 독립성이 더욱 강화된 한국은행이 맡는다.

청와대 경제팀에도 문제가 있다. 정책기획수석 경제수석 경제특보의 3각체제에다 기획예산위원회까지 덧붙어 있다. 기능이 중복 또는 분산되어 중심축이 없다. 충성경쟁이라도 벌어진다면 혼선과 마찰이 불가피해진다. 경제부문 비서관 진용도 기획통만 많고 금융 산업쪽의 실물경제 전문가는 적어 균형감각을 잃을 우려가 있다. 통상부문의 정책조정은 더 큰 문제다. 산업정책을 다루지 않는 통상교섭본부가 통상협상의 모든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예 경제관련부처 조직을 다시 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정부도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조기극복을 위한 외환정책 등 국내외 경제정책을 총괄조정하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경제위원회 신설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국가경제위원회(NEC)를 본뜬 실질적인 경제정책 결정 권한을 갖는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구신설이 바람직한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그러잖아도 ‘작은 정부’는 구호뿐이었다는 지적이다. 정부조직개편이 유야무야된데다 새 정부의 1백대 정책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옥상옥식의 각종 위원회가 수많이 설립된다. 그 숫자는 어림잡아 30개를 넘는다.

그것보다는 권력배분을 둘러싸고 둘로 나뉜 기획예산위와 예산청을 하나로 합친 뒤 기획 조정기능을 확보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수도 있다. 예산편성 지침과 집행기능을 따로 떼어놓은 것은 그야말로 난센스다.

물론 당분간은 새 대통령이 직접 경제문제를 챙길 것으로 예상돼 정책의 혼선과 마찰은 크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대통령이 경제정책을 일일이 점검하고 결정해 나갈 수는 없다. 또 그것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경제정책을 종합적으로 조정할 사령탑이 필요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