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놀이터 옆에 덩그렇게 서 있는 경비초소 주위로 서너명씩 짝을 지어 순찰을 도는 경찰들의 발놀림과 눈짓들이 바빠 보인다. 맞은편 김전대통령 사저쪽 골목 어귀에는 경비병력이 버티고 서서 출입자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한다.
김전대통령 부부가 전날 동사무소에 비서관을 보내 전입신고를 마치고 ‘상도동 주민’으로 돌아온 지 사흘째. 김전대통령은 25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취임식장에 다녀온 외에 일절 문밖 출입을 삼가고 있다. 전입신고도 비서관을 보냈다.
이미 두 차례 작은 ‘시위’가 있었다.
한총련 소속 대학생 4명이 25일 낮 11시10분경 사저에서 2백여m 떨어진 상도터널 위에서 ‘경제파탄 책임자 김영삼을 사법처리하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리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화훼업자 최광옥씨(59)가 승용차에 김전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써붙이고 시위를 벌이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앞으로 고생할 각오해야죠. 대학 개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으니…” 한 경찰의 푸념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40여년을 살았다는 주민 양모씨는 83년 ‘재야인사’였던 김전대통령이 사실상 ‘정치적 연금’상태에서 ‘목숨을 건 단식’으로 갑자기 동네주위가 시끄러워졌던 일을 떠올렸다. 주민들의 동네출입도 자유롭지 못했고 외부인의 출입도 통제됐었다.
그는 “장사가 잘 안돼 힘든데 시위까지 자주 벌어질까 걱정”이라면서도 “김전대통령에게 사실상 ‘제2의 가택연금’이 시작된 것 같아 이웃으로서 안쓰러울 따름”이라고 걱정했다.
〈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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