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교육은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유연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전인교육이 되어야 한다. 준법정신이 가득하고 마음이 따뜻한 인간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동안 학교는 ‘입시지상주의’ 식으로 운영되어온 나머지 우리의 아들 딸들을 소위 ‘자율’ 학습이란 미명 아래 육체적 정신적으로 구속하지 않았는가 심각히 되돌아봐야 한다.
대학은 어떤가. 입시지옥에서 벗어난 1,2학년 시절은 적당히 공부해도 되는 분위기 때문에 상아탑에 들어온 학생들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현실이다. 더불어 사는 방법도 진솔성도 결여된 젊은이들이 외고집과 튀는 행동으로 젊음을 허송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대학들은 입학할 때의 수능점수가 중요할 뿐 어떻게 교육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우리가 직면한 경제현실도 이 모순덩어리의 교육이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산물이다. 근본적인 데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진솔하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중등교육은 인성을 기르고 지성을 가르치며 사회일원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보통사람’을 길러내는 과정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제 강제적인 ‘자율’학습이나 ‘촌지교육’은 사라져야 한다. 대학입시를 위해 배태된 이 현상을 근절하기 위해서 대학이 선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
수능시험도 우리 교육이 정상화되는 방향으로 정착해야 한다. 미국 대학은 우리의 수능격인 SAT가 입학의 잣대는 아니다.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일 뿐 여기서 만점을 받았다고 해서 합격하는 것도 아니다. 각 대학마다 입학 사정기준이 다르고 다양하다. 출제위원에 따라 수능시험의 경향과 난이도가 달라지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이제 우리 모두 저마다 소아(小我)를 버리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우는데 한마음 한뜻으로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의 교육도 IMF시대를 맞을지 모를 일이다.
김석기<고려대 교수·전자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