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로 홍명보(29·벨마레 히라쓰카). 그가 3월1일 요코하마에서 벌어지는 제4회 말보로 다이너스티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개막전을 앞두고 던진 출사표는 비장하기만 하다.
이번 승부는 한국축구의 자존심이 걸려 있을 뿐 아니라 또다시 일본에 진다면 일본에 진출한 한국선수들이 고개를 들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하고있다.
한국팀의 스위퍼로 기용될 그의 임무는 일본의 새로운 투톱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조 쇼지(22)―나카야마(30)의 완전 봉쇄.
특히 소속팀에서 한 솥밥을 먹고 있는 일본의 특급 신세대 스타 나카타(21)의 장단점을 철저히 파악하고 있어 일본의 강력한 미드필드진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차범근감독이 이번 한일전에 대비, 홍명보를 긴급 수혈한 것도 바로 이때문. ‘선수비 후공격’의 ‘실리축구’를 구사할 한국팀은 그동안 국내훈련과 해외전지 훈련을 통해 여러 선수를 테스트하면서 최종수비 적임자를 찾아 봤지만 홍명보만한 재목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
상대 공격라인을 동물적 감각으로 미리 파악해 차단하는 ‘컴퓨터 수비’, 최전방 공격수에게 전광석화같은 패스로 슈팅찬스를 열어주는 ‘번개 어시스트’, 위기때는 직접 전방으로 올라가 통쾌한 중거리 슈팅을 날리는 ‘대포알 슛’…. 그에 대한 차감독의 찬사는 끝이 없다.
‘월드 스타’홍명보. 이번 한일전을 맞는 그의 감회는 여느때와 다르다. 한국팀이 지난해 11월1일 월드컵 최종예선때 안방에서 당한 패배를 반드시 설욕하지 않고는 올 프랑스월드컵에서 1승 혹은 16강진출을 향한 상승세를 보일수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
당시 일본전 패인은 이론의 여지없는 ‘홍명보 공백’이었고 경고누적으로 결장함으로써 한국팀이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해 패한 것을 두고두고 가슴아파해야 했던 그.
“대표팀에 빨리 합류하기 위해 우에키 감독과 설전까지 벌였어요. 최소한 발을 맞춰볼 시간은 있어야 하는데 대회 개막 이틀전인 27일에야 보내주겠다는 거예요.”
소속팀 감독을 설득하면서까지 대표팀에 서둘러 달려온 홍명보. 다이너스티컵 한일전에서 팀의 기둥으로 자존심을 다시 세워보겠다는 불타는 투지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으리라.
〈배극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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