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事비리」 덮어선 안된일

  • 입력 1998년 2월 27일 20시 07분


검찰은 ‘사정(司正)의 중추기관’이다. 나라의 온갖 비리현상을 바로잡는 데 검찰이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일 게다. 이런 중차대한 기능을 올바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검사들의 부끄럼없는 몸가짐이 선행돼야 한다. 검사에게는 윤리나 도덕적인 관점에서도 높은 공직자의 자세가 요구되지만 최소한 법을 어겨서는 곤란하다. 가령 뇌물받은 공무원들을 수시로 구속하는 검사가 검은 돈을 받는다면 말이 안된다.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의정부지원 판사비리사건이 급기야 검찰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번 사건의 뇌관(雷管)격인 한 변호사의 부인이 의정부지청 일부 검사들도 자기 남편에게서 돈과 향응을 받았다고 주장해 의혹이 제기됐다. 또 압수된 변호사 사무장의 수첩에는 검사 11명의 명단이 적혀 있다는 보도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진상조사 결과 검사들이 돈을 받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검찰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판사가 그 정도면 검사는 훨씬 더할 것이라는 게 일반 국민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아닌게 아니라 변호사 부인이 주장한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을 뒷받침한다. 검찰은 아직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며 철저한 조사에 미온적이다. 만약 검찰이 검사들의 수뢰혐의를 밝혀내고도 축소 또는 은폐를 기도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결과가 올 것이다. 당장은 국민을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진상은 드러나고 만다. 그러한 사례를 우리는 지난날 수없이 보아왔다.

이번 사건은 우선 의정부지원 판사 38명 전원의 교체와 9명의 징계위 회부라는 사법사상 전례없는 파장을 몰고 왔다. 변호사단체도 큰 진통을 겪으며 자정(自淨)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구속된 변호사와 인사조치된 판사를 비롯한 관련자와 그 가족, 업무상 관계자 및 이해관계자 등이 상당히 많다. 특히 의정부 지역 판사 검사 변호사들의 행태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일반직원도 적지 않다. 이들의 눈과 입을 검찰이 무슨 수로 완전봉쇄할 수 있을 것인가. 검사들의 비리의혹을 폭로한 사람도 다름 아닌 구속된 변호사의 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진상을 숨기려 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법조계의 장래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대대적인 법조개혁의 필요성을 양식있는 법조인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절감하고 있다. 진정한 개혁은 법조 삼륜(三輪)이 자신들의 치부(恥部)를 스스로 낱낱이 드러내는 용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검찰의 개혁의지를 관심깊게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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