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동화책을 사 주던 같은 반 여학생, 늦게까지 시집을 안 갔던 명자 이모, 옆집 아저씨의 판소리 가락….
이 모두가 선생님의 마음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입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그림을 그리는 데 두고두고 좋은 소재가 됩니다.
“전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면 우리 집 아이들에게 꼭 보여 주곤 하는데 아이들이 좋다고 하면 그제야 안심이 되지요.”
―선생님은 그림을 그릴 때는 활을 쏘는 사수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수가 활을 쏘아 과녁을 정확히 맞히듯이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것이 잘 드러나도록 그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그림을 그리기 전에 계획을 잘 세워야 하겠지요.
―선생님이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다섯살 때부터라고 하는데 그 때는 종이가 무척 귀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막대기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나중에는 그것도 모자라 하늘에 대고 그림을 그리고 다녔습니다. 그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았지요….
대교에서 펴낸 ‘내가 되고 싶은 나’ 시리즈의 ‘화가가 되고 싶어요’.
나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생생한 컬러사진과 함께 보여주는 시리즈 첫권으로 김병종 화백편이 선보였다.
그의 작업실을 직접 찾아가 어떤 도구를 사용하여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화가가 되기 위해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를 상세히 알려준다. 또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일러주고 전시회와 화랑에 대한 설명도 곁들인다.
―화랑이란 농부의 꽃을 전시하고 팔아 주는 화원과 같은 곳입니다. 여러 화가들의 그림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곳이지요. 우리나라에도 화랑이 참 많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서울의 인사동은 빼놓을 수 없는 화랑 거리입니다.
―“아, 비구상화 말이구나. 무엇을 그렸는지 쉽게 알아보기 힘들지. 비구상화는 화가가 어떤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마음 속으로 바꿔 그린 그림이란다. 화가의 생각이나 느낌을 더욱 자유롭게, 마음대로 표현하기 위해서지.”
“맞아. 그러니까 언젠가 머리 위에 도깨비 뿔을 그려 놓고 ‘화가 난 엄마’라고 했던 게 바로 추상화였던 셈이구나.”
―어떤 때는 외로움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다른 일은 여럿이 나누어서도 하고 다른 사람의 힘과 지혜를 빌릴 수도 있지만 그림 그리는 일만큼은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따금 선생님은 화가가 된 게 후회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한번도 물러선 적은 없답니다….
‘내가 되고 싶은 나’는 설문조사를 통해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직업을 가려 소개하는 시리즈물. 어린이들이 되고 싶어 하는 직업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보여준다.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들이 꿈을 키워가던 성장과정, 직업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보람을 들려준다. 화가편 외에 선생님 조종사 간호사 경찰관편도 이번에 함께 나왔다.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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