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사는 형에게서 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어머니가 위독하시니 빨리 병원으로 옮겨 달라”는 것.
자신의 택시를 몰고 서둘러 집을 나서던 김씨는 몇달 전 사소한 접촉사고를 내는 바람에 자신이 현재 면허정지기간중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김씨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무릎관절염으로 걸음걸이가 불편한 어머니(78)를 큰길까지 부축해서 잘 잡히지도 않는 택시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김씨는 어머니를 자신의 차로 병원에 옮겼다. 그러나 어머니의 옷가지와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인근 백화점으로 차를 몰고 나왔던 김씨는 급하게 병원으로 돌아가다 다시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다.
그로부터 약 10개월 후 서울경찰청은 면허정지기간에 운전을 한 김씨에게 면허취소처분을 내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시는 운전면허가 취소된 이상 개인택시면허도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중동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틈틈이 운전을 배운 일, 귀국한 뒤 10여년만에 개인택시면허를 받았을 때의 기쁨, 대학생 아들을 졸업시킬 걱정 등 온갖 생각이 스쳐갔다.
김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해 9월 서울고법에 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2일 “김씨가 어머니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급한 마음에 운전하다 사고를 낸 점이 인정되고 개인면허를 취소할 경우 별다른 기술도, 재산도 없는 김씨의 온가족 생계가 막연해질 것”이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결과를 전해들은 김씨는 “법원의 너그러운 판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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