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데뷔9년만 첫 드라마 주인공 방은희씨

  • 입력 1998년 3월 3일 07시 39분


흐느끼는 재즈의 선율 사이로 흘러내릴 듯한 나이트가운과 새빨간 립스틱이 어우러진다.

그걸 ‘끼’라고 불러도 좋고 관능미라고 해도 관계없다.

영화배우 겸 탤런트 방은희(33).

“섹시하다는 말이 좋아요. 연기자에게는 축복이죠.내 몸속에 감춰진 여러 재능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영화 ‘넘버 3’ ‘억수탕’에서 과감하게 노출했던 정사신의 여운일까. 89년 영화 ‘장군의 아들’로 데뷔한 그는 ‘은마는 오지 않는다’ 등 여러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했지만 다른 작품들은 배경화면처럼 어렴픗하다.

조역인생으로 불리던 그가 지난달 25일부터 방영중인 SBS ‘옛 사랑의 그림자’(수목 밤9·55)에서 데뷔 9년만에 처음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았다.

‘임꺽정’의 김한영PD가 연출하는 이 드라마는 배반당한 사랑의 상처를 지닌 선주(방은희)의 등장으로 흔들리는 한 가정을 그리고 있다. 현우(김주승)의 아이를 두 번이나 유산시킨 끝에 헤어진 선주는 몇년 뒤 아내 명희(옥소리), 딸 예지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현우를 목격한다. 선주는 옛 사랑과 포근한 가정에 대한 이끌림으로 현우의 가정에 접근하는데….

영화 ‘요람을 흔드는 손’을 연상시키는 이 드라마는 세 사람을 둘러싼 심리묘사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구성으로 베일에 싸였던 애증을 하나씩 풀어내는 멜로물이다.

방은희는 “선주는 섬뜩한 가정파괴범으로 비쳐 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사랑과 결혼에 실패한 뒤 옛 사랑의 기억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여린 여자의 심정을 이해해 달라”며 동정표를 구했다.

선주의 광적인 집착은 어떻게 마침표를 찍어야 할까. 캐스팅되면서부터 그를 괴롭혀온 숙제였다.

“치졸한 복수극은 아니고 결국 선주의 죽음으로 막을 내릴 것 같아요. 시청자와 연기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죽음을 맞을 권리가 필요하다며 연출자를 조르고 있습니다.”

방은희는 “이제서야 주인공으로 뽑아준 걸 보니 젊었을 때 나를 인정해 주지 않던 카메라가 ‘철’이 든 것 같다”며 “연기는 평생 할 것이므로 조금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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