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구직자 울린 허위광고

  • 입력 1998년 3월 3일 20시 15분


96년말 12년간 다니던 완구회사가 부도난 뒤 실직자가 된 정모씨(38·여)가 K사의 정보기기운영기능사 자격시험교재를 40만원에 산 것은 지난해 2월경.

환경미화원인 남편의 박봉만으로는 중학생인 두 아들을 포함, 네식구의 생계를 감당하기 힘들어 재취업하려던 정씨는 “자격증만 따면 전화교환사로 100% 취업을 보장한다”는 K사 상담원의 말에 솔깃했다.

그러나 교재구입후 이 회사는 당초 약속했던 방문교육을 하지 않았고 시험정보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2차례에 걸쳐 필기시험에 떨어진 뒤 실망한 정씨는 다른 직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취직이 안되자 6월경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시 시험준비에 매달린 정씨는 한달후 가까스로 필기시험을 통과했다. 정씨는 이후 K사가 지정한 K전산학원에 매월 5만원을 내고 2개월동안 다닌 뒤 9월 실기시험에 합격, 고대하던 자격증을 땄다.

“이제는 됐구나”하는 안도감과 곧 취직 되리라는 부푼 기대감에 싸였던 것도 잠시.

교재회사측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직업알선을 요청한 지 두달이 지나도록 K사는 묵묵부답. 기다리다 지쳐 지난해 연말 연락을 취한 정씨는 K사로부터 “회원이 당신만 있는 게 아니니 자리가 나면 연락하겠다”는 냉랭한 답변만 들었다. 그 뒤로도 몇 번 연락했지만 K사측은 “있는 사람도 잘리는 판에 일자리가 어디 있느냐”며 짜증을 내곤 했다.

최근 답답한 마음에 시험을 주관했던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 전화했던 정씨는 공단관계자로부터 “쓸모도 없는 저급자격증은 왜 땄느냐”는 핀잔만 들었다.

정씨는 “허위광고를 내 선량한 구직자들을 우롱한 사람들이나, 애써 딴 자격증이 쓸모가 없다고 면박을 주는 인력관리공단이 모두 밉다”며 눈물을 흘렸다.

〈선대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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