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김충식/「한통속」 법조3륜의 업보

  • 입력 1998년 3월 3일 20시 15분


의정부 일부 판사들의 ‘몸가짐’ 때문에 법조계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그러면 검찰은 깨끗한가 하는 반발로 이어지고 결국 법조(法曹)를 구성하는 세 바퀴(輪), 판사 검사 변호사의 관계에 대해 사법사상 최초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검찰은 수사를 통해 나름의 ‘모범답안’을 내놓을 것이다. 재야단체나 뜻있는 변호사단체의 채근이 있고 국민의 눈도 있다. 하지만 속 시원하게 뭘 파헤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법조‘바깥’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의 세계를 보는 눈은 그만큼 냉소적인 구석이 있는 것이다.

검찰이 엄정수사를 다짐해도 그런 시니시즘은 왜 생기는 것일까. 혹시 그 근저에는 법조 안과 바깥의 시각 차이랄까, 인식의 갭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것을 나는 세 갈래로 정리해 보고 싶다.

첫째, 검사가 검사나 판사의 비리를 수사하는 사태가 ‘사법사상 처음’이라는 것에 대한 시각 차이다. 법원이나 검찰에서는 ‘최초’라고 하는 것이 그동안 깨끗하고 엄정했음을 증빙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많건 적건 법정과 검찰청에서 당하고 겪은 억울함과 편파성에 이를 악문 사람들에게 들어보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지금 당장이라도 재벌과 법으로 다투어본 중소기업인, 권력이나 ‘배경’이 든든한 자와 다투었던 개인들이 항변하고 나올 터이다. 사람의 죄를 따지고, 재산 분규를 다루기 때문에 지극히 공정하고 도덕적이어야 할 판검사들이 변호사를 매개로 법과 양심을 등지는 일들이 어디 한두번이겠느냐고. 사법사상 수사되었어야 할 판검사 추문이 정말 ‘최초’이겠느냐고.

둘째, 이번 사건의 불씨가 된 이순호(李順浩·수감중)변호사를 보는 시각차이도 크다. 법조‘안’에서는 이단이요, 별난 사람이라고 할것이고 사실 그런 법조인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그의 학력 경력을 ‘밖’에서 보기에는 법조 엘리트의 상징인 것 같기도 하다. 이땅의 모든 고교생과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모대학 법과를 나왔다. 그리고 곧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장교로 군에 복무했다. 이어 부산과 서울 의정부에서 판사를 지냈다. 참으로 공부 잘하고 순탄하게 출세한 엘리트의 이력이다.

그가 변호사가 되어 의정부에서 범죄적인 국유지가로채기 소송을 도왔다는 혐의로, 사건브로커를 고용한 혐의로 수감되어 있다. 판사 검사들을 금품 향응으로 흔들어 놓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보통시민들은 바로 이 변호사라는 프리즘을 통해 이시대 법조인상을 부정적으로 감지하는 것이 아닐까.

셋째, 변호사와 판검사들의 관계에 대한 시각차이다. 법조인들은 대학동창 시험동기같은 인연을 이유로 지나치게 한식구처럼 지내는 것이 현실이다. 몇푼의 실비(판사실운영비)도 오가고 식사 술자리나 운동을 함께 하는데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바깥에서는 ‘영업’하는 변호사와 판검사라는 공직자들이 어울리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변호사라는 완충역을 통해 사건이 엉뚱하게 흘러가고 사법적 정의가 흐트러지지나 않을까, 그것이 시민들의 걱정이고 의구심인 것이다.

법조 안과 바깥의 이런 시각차이는 당장에 메워지기 어려울 것이다. 한 세월 지속되어온 관행과 타성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스캔들은 구조적인 측면이 있고, 그래서 법조 3륜이 쌓아온 업보(業報)일 수도 있다. 그런 해묵은 관행과 타성을 지양해 나가지 않으면 국민이 승복하고 믿는 법조가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김충식<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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