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日 우익세력의 이중성

  • 입력 1998년 3월 3일 20시 15분


미국정부는 지난달 27일 “2차대전 당시 미국내 철도와 광산회사에서 해고된 일본계 노동자 및 유족에게 대통령의 사과편지를 보내고 보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중남미에서 강제수용한 일본인들에게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전쟁의 발단은 41년12월 일본군연합함대의 하와이 진주만 미국 해군기지공습이었다. 이 기습공격은 미국이 대일전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고 미국내에서 반일(反日)감정이 고조되면서 일본계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일본은 미국의 이같은 해고조치를 비난해 왔다. 그동안 일본 언론은 당시 미국에서 일본인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강조하는 내용을 꾸준히 보도했다.

미국의 ‘사과와 보상’ 발표를 일본이 환영하고 나선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정작 전쟁을 일으킨 자신들을 되돌아보는 반성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일제에 강제징용돼 광산 공장 전장에서 혹사당하거나 목숨을 잃은 한국인 징용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몸과 마음이 망가진 한반도 여성들.

‘피해자의식은 강하고 가해자의식은 약한’ 일본은 자신들이 저지른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반성도 사죄도 보상도 기피해 왔다.

오히려 “정부나 군이 강제연행에 관여하지 않았다”거나 “보상시효가 끝났다”는 ‘역사 비뚤게 세우기’ 풍조가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반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는 양심적인 목소리는 우익세력의 표적이 되기 일쑤여서 일본의 이중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 잘못을 인정하고 머리숙이는 것을 기꺼워하는 일본. 앞으로 한국인 강제징용자와 위안부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권순활<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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