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권명광/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

  • 입력 1998년 3월 3일 20시 15분


60,70년대에는 수출드라이브 정책이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이제 우리가 다시 수출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디자인 드라이브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은 디자인의 시대다. 앨빈 토플러는 이미 제3의 물결에서‘무스탕은 당신이 디자인한 차입니다’라는 슬로건을 인용, 디자인 시대의 도래를 예견했다.

생산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며 일부 첨단제품을 제외하고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가 상품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일깨워준다. 디자인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기술로 일류의 가시적인 실체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 수출경쟁력의 열쇠 ▼

돌이켜보면 망치로 두드려 만든 시발택시 이후에 등장한 포니 자동차는 우선 독특한 디자인에서 눈길을 끌었다. 포니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주지아로의 디자인으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고 하나의 신화를 탄생시켰다.

또 숨어있던 1인치를 찾은 TV 등 디자인과 기술력의 절묘한 결합으로 성공한 사례는 적지 않다.

디자인은 나라마다 특성이 있다. 사막을 달릴 수 있는 랜드로바 같은 실용적인 영국식 디자인, 라이카 카메라와 벤츠 자동차로 대표되는 독일의 견고한 디자인, 창조성과 예술성을 앞세운 이탈리아 디자인, 깔끔한 마감처리로 무결점주의를 표방하는 일본의 디자인 등 나라마다 제각기 독특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곧 국가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강조한 하이터치가 가미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한글은 그 발음이 완벽하여 세계공통의 발음기호로 사용하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과학적이면서 그 디자인적 측면에 세계인이 탄복하고 있다. 고려청자 조선백자를 비롯한 우리의 문화유산에서도 디자인적 저력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고유의 정서와 창의력을 미적 가치로 전환한 하이터치와 기술가치인 하이테크를 결합,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 가치 상품의 개발이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본다.

우리 디자인계는 우리 경제의 체질강화를 위해 특히 중소제조기업에 디자인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그러나 여러가지 여건들로 중소기업들은 디자인의 효용과 그 잠재적인 가치를 아직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디자인의 발전, 크게는 우리 상품의 국제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확고한 디자인 정책을 세워 국가적인 생존전략차원에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영국의 대처 수상이 디자인으로 경제불황을 타개한 것과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총리가 디자인을 국가전략으로 삼아 성공을 거둔 사례도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특히 영국은 2명의 상공부 차관중 1명에게 디자인을 전담토록 할 정도로 정부정책의 1순위로 삼고 있다. 이탈리아는 전후 디자인 국부론을 내세워 밀라노를 세계 디자인의 중심지로 발전시켰다. 일본은 디자인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디자인을 21세기 전략기술 가운데 하나로 설정,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예에 비춰 그동안 우리의 디자인 정책은 일관성이 없었다. 70년대 상공부 디자인과는 도중에 없어졌다가 90년대 다시 생겼으나 신정부의 ‘정부기구 축소’와중에 그 향방이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하며 걱정스럽기도 하다.

▼ 정책일관성 아쉬워 ▼

2000년엔 세계그래픽디자인총회(ICOGRADA)를, 2001년에는 세계산업디자인총회(ICSID)를 서울에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세계적 디자인의 현상을 서울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세계의 디자이너들이 한국을 찾아오고 이를 통해 우리의 디자인 수준을 한차원 높일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세련된 디자인의 세계적 상품이라야 수출경쟁력도 생긴다. 우리 고유의 특색있고 경쟁력 높은 디자인 창출 노력과 함께 정부차원의 일관성있는 디자인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권명광<한국디자인총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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