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봐주는 사람없이는 먹지도 걷지도 못하는 생명. 시인 임승빈(任承彬·45·청주대 국문과교수)씨는 그런 생명을 돌보는 부모의 안타까움을 안다. 정신지체아인 딸(16)을 키우고 있기 때문. 그 안타까움과 간절함의 마음으로 그는 ‘하늘뜨락’(문학세계사)이라는 시집 한권을 엮어냈다. 딸이 다니던 재활원 소식지에 85년부터 써왔던 이 시들 속에는 딸의 친구인 장애아와 부모, 그들에게 용기를 주는 선한 이웃들의 삶이 잔잔하게 그려졌다.
“이 시집을 읽은 분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이렇게 아름다운 삶을 꿈꾸고 따뜻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공감하실 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떤 제도보다도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인식이 더 중요하거든요.”
큰 목소리로 성토하지는 않아도 그의 시속에는 장애아의 교육을 오로지 부모의 책임으로만 짐지우는 우리 사회에 대한 뼈아픈 직시가 있다. 장애아를 입양해 치료해 주기로 한 ‘미국인 토머스’를 읊은 시 한 구절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이 선진국이기 때문에 토머스가 있는 것이 아니라, 토머스가 있기 때문에 미국은 선진국일 수 있는 것입니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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