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다크엔젤」,2천년전 악령-베테랑형사 한판승부

  • 입력 1998년 3월 4일 07시 20분


그룹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연주곡 ‘루시퍼’는 원래 신의 총애를 한몸에 받던 천사 이름이었다. 교만해진 그는 반역을 꾀하다가 타락해버려 결국 사탄이 되고 만다.

덴젤 워싱턴 주연의 새 영화 ‘다크 엔젤(원제 Fallen)’에서 내내 흘러나오는 노래는 롤링 스톤즈의 ‘시간은 나의 편’. 인간의 몸을 숙주삼아 세상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악령이 좋아하는 노래다. 그레고리 호블릿감독(‘프라이멀 피어’연출)은 그 악령이 2천년전 예수가 광야를 방황하던 때 유혹하던 아자젤이라고 설정했다. 루시퍼의 후예인 셈이다.

악령들을 다루는 영화를 ‘오컬트(Occult) 무비’라 부르는데 대표작으로 ‘엑소시스트’가 있다. 석유파동이 한창이던 73년 미국에서 2천만권이 팔려나간 소설을 빌리 프리드킨감독이 영화에 담은 것이다.

오컬트 무비는 이후 ‘오멘’ ‘마야’ ‘엔젤 하트’ 등으로 이어지다가 ‘고스트 바스터’에 이르러서는 경쾌한 액션코미디가 되었으며 이번의 ‘다크 엔젤’에서는 경찰과 악령이 대결하는 추리물같은 스릴러가 되었다.

도입부. 아자젤이 몸속에 들어와 살던 연쇄살인범 하나가 ‘시간은 나의 편’을 부르며 가스실에서 사형에 처해진다. 그를 체포했던 까닭에 저주를 받아버린 형사 홉스(덴젤 워싱턴)는 이후 살인범의 누명을 쓰게 되는데 아자젤이 불가항력의 존재임을 깨닫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마음대로 옮겨다니기 때문.

영화의 묘미는 홉스가 세부족(勢不足)을 뒤집을 베테랑 형사다운 전략을 세운다는 것이다. 성경학자에 따르면 아자젤은 “숙주가 숨지면 짧은 시간 내에 5백 큐빗(1큐빗은 반팔 거리) 안의 다른 숙주에게 옮아가지 않으면 소멸된다는 것”이다.

영화의 도입부부터 소형 무비캠을 손에 들고 찍은 듯한 불안정한 화면이 줄곧 나타난다. ‘다큐 기법을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 화면들이 아자젤의 시선임을 미리 알고 관람한다면 후반부에 소름이 불현듯 덮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서구의 대중문화사는 불황일수록 공포장르가 유행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호황인 미국과 불황인 아시아지역에서 엇비슷하게 선보일 이 영화의 지역별 흥행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7일 개봉.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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