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현장 지구촌 리포트]실리콘글렌,유럽점유 32%

  • 입력 1998년 3월 4일 20시 20분


스카치위스키 중에는 ‘글렌피딕’ ‘글렌모란지’ 등 ‘글렌’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많다. 여기서 글렌은 스코틀랜드의 고유한 단어로 계곡이라는 뜻. 그러니까 피딕계곡, 모란지계곡에서 만든 위스키라는 의미가 된다.

실리콘글렌은 전자 정보통신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밀집한 글래스고와 에든버러를 잇는 1백10㎞의 지역을 가리킨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성공하자 ‘밸리’와 동의어인 ‘글렌’을 붙여 만든 이름이다.

이 곳에는 51년에 IBM이 터를 닦은 이래 40여년 동안 이 지역에 들어선 세계적인 기업이 실리콘혁명을 이끈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은 5백90여개 기업이 자리잡고 있으며 유럽에서 생산하는 고유 브랜드 PC의 32%, 워크스테이션의 80%를 생산한다.

실리콘글렌에 입주한 기업은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과 세금감면 혜택을 받으며 산학연 협동체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례로 지난해 에든버러대에 설치된 ‘마이크로전자공학 이미지 분석센터’는 실리콘글렌의 반도체 회사들이 새로 제작한 칩의 결함을 분석하는데 필요한 모든 장비를 보유하고 하룻밤 사이에 조사를 끝내준다.

벤처기업과 같은 소규모 회사의 경우 이 센터 덕분에 신제품 개발시 자체적인 시설을 갖추는 것보다 최소한 10만파운드(약2억6천만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 경제개발진흥공사는 이 센터건립을 위해 2백만파운드(약52억원)를 지원했다.

최근 진흥공사는 실리콘글렌을 기존 제품의 조립생산지에서 고부가가치의 최첨단제품을 개발하는 첨단기지로 변모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각기 다른 기능의 집적회로를 하나의 반도체칩에 모아놓는 시스템칩을 개발하는 계획이다.

시스템칩이 개발되면 반도체 웨이퍼에 있는 하나의 다이(Die) 위에 3개의 펜티엄 프로칩을 집약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멀티미디어 컴퓨터 기능을 갖춘 손바닥만한 크기의 이동전화기가 실용화되는 길이 열린다.

이를 위해 공사측은 지난해 12월 유수의 반도체시스템 디자인회사인 미국 케이던스사와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기로 하고 지적 소유권 문제 등 각종 법적 제도적 장애를 해결해 주기로 합의했다.

케이던스사의 마크 캐넌 부사장은 “실리콘밸리에서는 경쟁업체끼리 툭하면 고소를 해 법정에서 몇 년을 허송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실리콘글렌은 그같은 위험이 없다”고 말했다.

〈에든버러〓김홍중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