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12대선 당시 북풍사업 관련 내용’이라는 제목의 이 3쪽짜리 문서에는 3급이상 고위간부 24명의 명단과 대선 당시 한나라당측에 줄을 댄 간부 6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와 관련, 이종찬 신임안기부장은 이날 “월북한 전 천도교교령 오익제(吳益濟)씨 사건 등 지난 대선과정에서 북풍을 이용한 배후가 검찰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고 밝혀 안기부 내에서 ‘북풍공작’을 한사실이 있었음을 뒷받침했다.
이부장은 이어 “현재 이에 대한 검찰수사가 마무리단계에 와 있으며 앞으로 관련자들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 관련자를 사법처리하거나 문책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부장은 또 구여권의 북풍조작 관련여부에 대해 “그럴 개연성이 있다. 앞으로 (그렇게) 발전이 되면 안기부장으로서 (전모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 문서는 여권 핵심부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풍문건’의 대부분은 대선 당시의 북풍공작은 안기부 수뇌부가 조직적으로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특히 고위간부 P씨가 지휘를 하고 L, L, Y, K, N, S씨 등이 임무를 나눠 관여했다는 내용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L씨는 평양방송의 오익제씨 기자회견 비디오테이프를 모 방송사 간부에게 주면서 방영토록 강요했으나 이 간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하자 “전부 가만 두지 않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적혀 있다.
또 부내(部內)특정팀은 오씨의 편지와 사진을 전 지부에 급히 발송, 언론에 배포토록 했으며 특히 경남 울산 부산지부에는 이인제(李仁濟)후보의 경남지역 방문에 맞춰 발송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N씨의 경우는 북한 고위층을 알고 있는 재미교포 Y씨를 사주, 중국과 일본에서 “DJ는 북한 고위층과 연결돼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도록 종용하는 ‘비인가 공작’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 이 문건은 C씨가 김대중후보를 비난해온 모 월간지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고 지목했다.여권 관계자들은 50년만에 이뤄진 여야간 정권교체를 계기로 그동안 안기부 내에서 소외돼 왔던 인사들이 이 문건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문서와는 별도로 안기부 고위간부 47명의 개인비리와 인맥 등을 상세히 기록한 ‘문제인물 명단’이라는 7쪽짜리 ‘살생부(殺生簿)’도 나돌고 있다.
안기부의 한 관계자는 “정권교체기에 나도는 음해성문서의 하나로 내용이 상당부분 과장돼 있거나 사실과 다르다”며 “안기부 내에 반(反)DJ정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DJ낙선공작이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양기대.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