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떠나는 마음

  • 입력 1998년 3월 5일 08시 46분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 〈신경림의 ‘갈대’에서〉

산다는 것은 ‘눈물속에 피는 들꽃’. 아니 끊임없이 피흘리며 또 피는 ‘피울음꽃’ 같은 것. 슬픔도 다발로 피어 오르면 때론 힘이 되는가. 사내들은 가끔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다. 복권판매소 앞. 5백원에 ‘중년의 꿈’을 산다. 환장할 봄. 낮술 한잔에 찾아온 ‘연분홍 졸음’. 아, 또 이렇게 봄날은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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