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안으로 들어가보니 거기에는 환하게 횃불이 켜져 있고, 사오십 명쯤 되는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횃불 아래 둘러앉아 왁자지껄 떠들어대며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들은 사막을 오가며 사람들을 죽이고 금품을 약탈하는 강도들의 무리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들어온 동굴은 그들의 비밀 거처였던 것입니다.
“이 일을 어쩌면 좋지? 저 포악한 도적들의 소굴에 내 발로 걸어들어왔으니. 저놈들의 눈에 띄는 날에는 살아남지 못할 거야. 게다가 내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내 몸은 남아나지 못할 거야.”
바위 뒤에 몸을 숨긴 채 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기회를 보아 이 동굴을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도적들의 두목이 큰소리로 명령했습니다.
“그놈을 끌어내!”
그러자 힘이 센 몇 명의 도적들이 커다란 궤짝 하나를 횃불 아래 밝은 곳으로 옮겨왔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궤짝을 여니 그 안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젊은이 한 사람이 들어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얼굴은 만월과 같이 아름답고, 몸매는 더없이 날씬하고 기품이 있는 젊은이였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젊은이는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굵은 밧줄에 손발이 단단히 묶여 있었습니다.
“저를 살려주십시오. 저를 살려주시면 알라께서도 당신들을 용서해주실 것입니다.”
궤짝에서 끌어내진 젊은이는 이렇게 애원했습니다. 그러자 도적 중 하나가 두목을 향해 말했습니다.
“두목님! 이놈을 인질로 삼아, 이놈의 아버지한테 막대한 재물을 요구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다른 도적 하나가 강력하게 반대하며 말했습니다.
“그건 안될 일입니다. 이놈을 살려주면 후환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아예 없애버립시다.”
듣고 있던 두목이 말했습니다.
“그래, 아무래도 이놈을 없애버리는 게 현명할 것 같다. 그러나 오늘은 금요일 저녁이니 내일 날이 밝으면 목을 베도록 하자.”
젊은이는 두목 앞에 엎드려 눈물로써 애원했습니다만 소용없었습니다. 도적들은 그 가엾은 젊은이를 끌어다가 다시 궤짝 안에 집어넣어 버렸습니다. 그러고 난 도적들은 흥청망청 먹고 마시며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밤이 깊어지자 도적들은 하나 둘 술에 곯아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 바위 뒤에 몸을 숨긴 채 그들의 동태를 살피고만 있던 저는 살금살금 동굴을 빠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무사히 동굴을 빠져나온 저는 그러나 곧 뒤돌아섰습니다. 궤짝 속에 갇혀 있는 그 가엾은 젊은이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던 것입니다. 제가 구해주지 않는다면 그 아름다운 젊은이는 죽은 목숨이나 매한가지였던 것입니다.
저는 고양이처럼 조심조심 그 젊은이가 들어 있는 궤짝을 향하여 다가갔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알라의 가호를 빌면서 말입니다.(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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