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아침 경기 양주군 백석면 오산리 ‘대한장애인 목공예협회 기술연수원’. 말만 연수원이지 들판에 버려져 있던 돼지우리를 비닐천막으로 겨우 가려 만든 초라한 시설이다.
오갈 데 없던 장애인 30명의 공동숙소이자 일터였던 2백평짜리 연수원은 4일 새벽 화마(火魔)가 덮쳐 온통 시커먼 숯덩이로 변해있었다. 길에서주워 사용하던 15년도 넘은 고물냉장고의 누전으로 불이 난 것.
장애인들은 흙바닥에 주저앉아 철골뼈대만 남은 8대의 휠체어와 반쯤 타버린 성경책, 불에 탄 저금통장, 오그라든 옷가지와 이불 등을 쳐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나마 움직일수 있는 장애인들은 혹시라도 건져 낼 물건이 있는지 숯더미속을 뒤졌다. 다른 구석에서는 지체장애와 정신장애가 겹쳐 거의 일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 3명이 타다 남은 사포(砂布)쪼가리로 뭔가를 문지르고 있었다.
불에 그을려 눈금이 지워지고 상품가치가 없게 된 바둑판같은 그들의 목공예품을 복구하는 것. 화재 복구에 아무런 도움도 줄수 없는 중증장애인 몇몇은 ‘입’이라도 줄이기 위해 벌써 눈치껏 다른 곳으로 떠나 버렸다.
이들은 경기침체로 목공예품이 안팔려 집세를 못줘 7번째 쫓겨난 끝에 이곳에 자리를 잡은 ‘오갈 데 없는’처지. 그래서 주위사람들은 그들이 당한 불행을 더욱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송대섭(宋大燮·43)씨는 “작업공구만이라도 다시 생기면 장애인들이 지하도나 육교밑으로 다시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이곳에서 다시 재활의지를 불태울 수 있을텐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양주〓권이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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