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KBS는 상당한 액수의 흑자를 기록해 왔다. 과거 3년간 흑자액수가 2천억원이 넘으며 현 시청료가 책정된 시점인 81년 이후 누적 흑자는 4천2백억원이다. 같은 액수의 시청료를 받고서도 꾸준히 흑자를 내온 KBS가 한해 광고사정이 나빠질 것 같다고 해서 갑자기 시청료를 올리겠다는 것은 인상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 경제난국에 따른 경영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KBS는 외형상 공영방송임이 분명한 데도 끊임없이 공공성 시비에 휘말려오고 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는 문제는 일단 접어두더라도 다른 방송과 똑같이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어 선정성과 폭력성 등 방송의 역기능을 부추기는데 앞장서 온 것이 바로 얼마 전까지의 모습이었다. 이에 대한 국민의 거부반응과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시청료 인상문제를 꺼내는 것은 시기상조다.
KBS측은 진정한 공영방송이 되기 위해 먼저 재정구조의 공영화가 불가피하며 이를 위해 시청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렇지만 단순히 시청료를 얼마 더 걷는 것만으로 KBS가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에 앞서 제도적 측면에서 방송의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편성 제작진이 시청률 지상주의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KBS는 조직이나 운영면에서 방만한 경영으로 가뜩이나 빈축을 사고 있는 형편이다. 스포츠 위성중계를 하면서 다른 방송국과 출혈경쟁을 벌여 소중한 외화를 낭비하는가 하면 프로 제작에 납득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예가 적지 않다. 국민은 자신들이 낸 시청료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영문도 모르고 돈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만약 시청료를 올려야 한다면 경영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개선방안과 그 성과를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광고의 상당부분을 없애고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등 공영방송으로서 면모를 일신해 국민적 신뢰와 공감을 얻어야 시청료 인상의 명분이 선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