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전략 다시 짜자

  • 입력 1998년 3월 5일 19시 58분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경제 예측이 비관적이다. IMF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내년과 내후년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수지가 넉달째 흑자를 계속하고 지난 2월 한달 흑자가 33억달러를 기록했으나 IMF는 우리의 경상수지기반이 결코 탄탄치 않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수출증대와 경상수지개선이 IMF체제 극복의 유일한 열쇠임을 생각할 때 대내외 수출애로를 재점검하고 수출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대처가 급한 것은 미국과 유럽의 우리 상품에 대한 수입규제와 시장개방 압력이다. 미 상무부는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덤핑예비판정에서 최고 12%가 훨씬 넘는 덤핑마진을 부과했다. 그러잖아도 2년 연속 반도체 수출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 된다. 게다가 유럽 자동차공업협회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수출상한제를 도입하거나 자율규제를 요구할 움직임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시장의 추가개방요구도 거세다. 유럽 자동차공업협회는 우리의 자동차관련 누진세와 통관절차 등을 공식문서로 문제삼기 시작했다. 미국은 농산물시장의 개방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해오고 있다. 심지어 우리의 소비절약운동을 외제상품 배격으로 보고 한국정부가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어제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의 시각도 같은 맥락이어서 부담스럽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주력 수출시장이던 동남아시아 지역경제의 위축도 우리의 수출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이 자국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일본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도 앞으로 수출과 경상수지를 낙관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문제는 수출을 통해 경상수지를 개선하지 않고는 외화유동성부족과 외채압력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최근의 무역흑자가 오히려 무역압력의 빌미가 되어 해외시장에서의 수입장벽을 높이고 국내시장의 개방을 앞당기게 된다면 큰일이다. 수출전략을 전반적으로 다시 짜고 대외 수출환경개선에 통상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국내 수출기반에도 문제는 많다. 은행들의 연불수입신용장 개설기피로 수출용 원자재 재고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수출관련 금융도 원활치 않다. 이런 상태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IMF 예측대로 오는 2001년부터의 경상흑자 회복마저 어려울 수 있다. 여기에 환율도 빠른 안정이 어려우리라는 전망이다. 원자재차관 등을 활용해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수입부담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고환율에 의한 가격경쟁력은 곧 사라지고 만다. 그에 대비하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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