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김상철/금욕금식 「라마단」의 교훈

  • 입력 1998년 3월 5일 19시 58분


우리의 음력과 비슷한 이슬람교력을 사용하고 있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1년 중 한달을 ‘라마단’(LAMADAN) 기간으로 정해 금욕과 금식으로 몸과 마음을 정리한다. 이기간중에는 신에게 종교적 맹세를 다짐함은 물론 자신보다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철저한 단식을 한다.

물론 하루 종일 금식하는 것은 아니고 해가 떠있는 시간동안만 물 음식 담배 등 일체의 먹는 행위를 금하고 있으며 부부생활 등 원초적 욕구도 자제한다.

올해는 예년보다 빨라 지난해 12월 말부터 라마단이 시작됐다. 가난한 자의 고통을 느껴보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인 라마단. 그러나 인간사회이기 때문에 가끔 해프닝을 빚기도 한다. 금식으로 인해 신경이 날카로워져 곳곳에서 일어나는 말다툼과 시비, 손님에 대한 불친절, 과격한 운전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라마단 기간중에 오히려 음식소비량이 더욱 는다.

해가 떠있는 시간중에는 일체의 식사를 금하지만 일몰이후에는 이를 만회하기라도 하듯 식사량이 많아진다는 의미이며, 가급적 이웃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나누고 있는 것도 이유가 되고 있다.

한편 상인들은 라마단 특수를 이용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라마단 기간이 끝나면 사흘 내외의 ‘이들 피트르’라는 축제가 거행된다.

이기간중에는 가까운 친지나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관례화되어 있어 상인들은 이를 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지시장에서 지명도가 높은 우리 상품을 현금으로 구매하기 위해 방한하는 바이어의 수도 최근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들은 남대문 동대문 이태원 등지에서 1만달러 내외의 의류 신변용품 등을 구입해 간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라마단은 더이상 이슬람교도만의 행사는 아니라고 볼수도 있다.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일부 행동은 다소 거칠게 보이는 경우도 있으나 이들의 철저한 금식에서 보여지는 엄숙함을 점차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경제위기로 국가가 휘청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지금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 고통분담이라면 남의 고통을 자신의 피부로 직접 느껴보려는 의도로 시행되고 있는 이슬람교도의 라마단 의식은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김상철<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트리폴리 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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