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영/美경제모델의 두 모습

  • 입력 1998년 3월 8일 20시 03분


“미국 신생아 4명중 1명은 가난 속에 태어나며 근로자 5명중 1명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제번영과 관계 없이 개개인의 생활은 어려워지는 미국식 발전모델은 바람직한가.”

프랑스의 한 경제학자는 최근 언론기고에서 이런 화두를 던졌다.

“오늘날 미국경제는 직업 창출의 모범사례다. 그렇지만 동시에 우리는 미국사회의 하강을 목격하고 있다. 미국 모델의 효율성을 유지하며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을 줄여나갈 수는 없을까.”

올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미국의 한 대기업회장은 이같은 공개질의를 던졌다.

이 화두와 질의에는 경제정책을 시행하는 모든 나라의 고민이 잘 요약돼 있다는 평이다.

달러강세, 균형예산, 실업 및 인플레율 하락, 기업이윤 증가라는 화려한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미국경제의 이면에는 점차 악화하는 근로환경과 지난날보다 힘들어지는 근로자들의 생활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모범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이들 국가의 하위층 실질소득은 지난 10년간 국가경제의 번영과 관계없이 오히려 줄었다.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효율과 경쟁력에서 분명히 앞서는 모델인데도 빈부격차를 더 크게 하고 한 공동체의 사회적 유대감을 떨어뜨린다니….

형평 균형 등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사람들은 이 때문에 미국모델을 ‘극단적 자유주의’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는 우리 경제가 미국모델로 편입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피하기 어려운 길이다.

그래도 미국모델이 과연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것인지를 물어가며 가야 하지 않을까.

김상영<파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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