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홍은3동 동신병원 영안실. 전날 밤 보험금을 타서 빚을 갚으라며 극약을 마시고 숨진 아내 김기순(金基順·43)씨가 아이들 앞으로 남긴 유서를 읽는 김모씨(50)의 표정은 비통함으로 가득했다.
“모든 게 다 밥벌이도 제대로 못한 제 탓입니다.”
김씨가 숨진 아내와 혼인한 것은 75년 봄. 단칸방에 세간도 다 못 갖출 정도로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아무도 부럽지 않았다. 택시와 버스 운전을 해 한푼두푼 저축하고 뒤늦게 본 아들과 딸의 재롱을 보는 것도 뿌듯한 행복이었다.
검소한 생활을 한 덕에 93년경에는 저금액이 3천만원대로 늘었고 생활보장보험 등 S보험사에 보험을 5계좌나 들었다.
그러나 94년 6월경 목돈을 벌려고 김씨가 다니던 버스회사를 그만둔 것이 화근이었다. 김씨는 퇴직금과 빚을 얻어 25인승 소형버스를 장만, E백화점의 고객을 실어 날랐다. 그러나 백화점의 경영난으로 월급도 제대로 못받고 몇개월만에 그만두면서 1천만원의 손해만 봤다.
설상가상으로 84년 교통사고로 다친 허리의 통증이 도졌다. 억지로 다시 시작한 택시운전도 지난해말 회사의 부도로 그만둬야 했다. 2년전부터는 아내 김씨가 파출부로 나섰지만 고등학생이 된 두 자녀의 학비대기에도 빠듯했고 빚만 4천여만원으로 불어났다.
막막해진 김씨는 결국 자신의 목숨과 보험금을 맞바꿔 빚을 청산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4천만원의 채무내용이 깨알같이 적혀있었다.
S보험사측은 “자살한 경우라도 보험가입기간이 2년이 넘으면 보험혜택을 볼 수 있다”면서 “김씨 본인 명의 2개 보험을 합쳐 대략 1천5백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대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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