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거나 공직에서 몰아내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재산취득 과정에 불법적 행위가 있었는지, 또는 불법이 없었더라도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 일이 있었는지를 따져 그에 합당한 처분을 해야 한다. 그것이 도덕성 개혁성 참신성같은 인사기준을 살리고 김대중(金大中)정부의 개혁의지도 상처받지 않게 하는 길이다.
보도에 따르면 주장관 일가는 위장전입을 포함해 20여년 사이에 16차례나 주소지를 옮겼다. 주장관은 부동산투기 목적이 아니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일부 위장전입 사실은 시인했다. 일반인의 상식에 비춰 석연찮은 대목이다. 게다가 주장관은 노후에 농장을 경영하려고 사두었다는 땅을 사실은 건설업자에게 매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주장관은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에게 “매각했다가 되물려서 손해를 봤다”고 해명한 모양이나 어쨌든 ‘노후 농장’은 거짓말이 된 셈이다. 이것은 중대한 도덕성 문제를 야기한다.
주장관은 공직자의 양식에 입각해 자신의 거취를 결단하기 바란다. 주장관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윤리는 실정법적 가벌성(可罰性)여부를 뛰어넘는 것이다. 아울러 주장관을 천거한 김총리서리나 임명한 김대통령도 숙고할 필요가 있다. 첫 내각 구성의 오류를 자인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잘못이 있다면 과감히 시정하는 것이 공동정권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할 것이다. 도덕의식 둔화(鈍化)는 권력의 위험 신호다.
김총리서리 파동이 그렇듯이 주장관 문제도근본적으로는 인사청문회를피한데서 연유했다. 김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선 때는 언론검증이라도 거치더니 조각에서는 그나마생략해이번같은 일을 불렀다. 특히 김대통령과 김총리서리의 ‘DJP안배’가 인사검증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공약대로 청문회를 빨리 실시해 인사를 제도적으로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 5년전 김영삼(金泳三)정부 출범 때도 검증없이 조각했다가 며칠만에 보건사회부장관을 포함한 몇몇장관들을 경질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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